[데스크의 눈]해외 대체투자 경고음은 진작에 울렸다

  • 등록 2023-07-24 오전 4:50:00

    수정 2023-07-24 오전 8:06:44

[이데일리 권소현 마켓in 센터장] “대체투자 자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에 나오기 시작한 얘기일까. 아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선진국 프라임 오피스 빌딩 위주로 본격 투자에 나선 것은 2014년부터다. 이후 해외 부동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난 2018년 말에는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국내 부동산을 뛰어넘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워낙 붐이 일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 오피스 빌딩 지분을 인수해 국내에서 셀다운(재판매)했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실사가 이뤄질 리 만무였다. 대상 물건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적정가치를 산정하기 보다는 딜을 중개해주는 브로커가 주는 정보에만 의존해서 투자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한국 기관투자자들끼리 경쟁하는 바람에 몸값은 치솟고 고점에 떠안는 상황도 발생했다. 프랑스 파리 마중가 타워가 대표적이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대표 증권사들이 모두 뛰어드는 바람에 인수가격이 뛰었고 결국 미래에셋이 1조원 넘는 가격에 가져갔다. 국내 업체들이 제 살 깎기 식 출혈경쟁에 몰두하자, 당시 런던 부동산 업계에서는 한국 금융사들 덕분에 엑시트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셀다운한 물량을 사간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당시 유행이라는 이유로, 혹은 국민연금 같이 큰 기관투자자가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뛰어든 경우가 상당했다.

때문에 대체투자에 경고등, 빨간불, 비상등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고 여러 우려와 지적이 나왔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는 계속 늘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의 설정원본은 76조9285억원으로 2018년 말 39조4672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만큼 해외 부동산으로 돈이 몰렸다는 의미다.

그렇게 고점에서 산 자산은 지금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치솟았던 공실률은 엔데믹 시기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CBRE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전세계 17개 주요 도시 중 뉴욕과 런던, 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홍콩, 시드니 등 10곳의 공실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전 세계 오피스 평균 공실률 역시 12.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이다.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MSCI RCA 상업용 부동산 지수를 보면 1년 전에 비해 뉴욕 맨해튼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1% 급락했고 독일 A지역은 12.8%, 런던은 16.5% 떨어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미래에셋그룹의 골딘타워가 위치한 홍콩도 7.7% 하락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아태지역 기업들은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피스 출근과 원격 근무를 혼합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업무 형태가 정착되고 있다. 실제 CBRE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소재 기업의 약 34%가 직원의 전면 오피스 근무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수준이 7%를 밑돈다. 미국에서는 직원에게 오피스 복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한국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대상이었던 오피스 빌딩 공실이 회복될 기미는 요원하다.

그 사이 금리는 치솟았다. 2018~2019년 조성했던 해외 부동산 펀드들이 이제 속속 만기를 맞는데 리파이낸싱을 하기에는 부담이 껑충 뛰었다. 청산해서 수익금을 돌려주자니 현재 부동산 시장 거래도 뚝 끊겨 쉽지 않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터질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4~5년부터 들려왔던 경고에 귀를 기울였다면, 같은 얼음판 위라 해도 살얼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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