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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TF 순자산규모 100조원 중 최대 10조원 이상이 증권사가 떠안은 악성 ETF 재고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증권사들이 쌓아 둔 이익잉여금 계좌 중 ETF 매매에 활용하는 규모는 적게는 3000억원에서 많게는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증권사가 운용사와의 파트너십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악성 ETF 재고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가 인기 ETF 유동성 공급을 무기로 비인기 ETF의 설정을 늘려달라 요구할 경우, 거래량이 막대한 ETF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어마어마해 증권사로선 악성 ETF 재고도 거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기상품을 지렛대로 비인기 상품을 떠넘기는 일종의 끼워팔기”라고 토로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덱스나 타이거 등 상품 숫자가 많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품들은 ETF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매매수수료가 상당한 수준”이라며 “대형 운용사들이 중소형 운용사보다 증권사와의 파트너 관계를 가져가기 수월하다”고 토로했다. 시장점유율 40%를 잡기 위한 운용업계 경쟁에 증권사 LP 물량이 이용된다는 것이다.
중소형 운용업계에선 그룹 계열사 자금을 모집하기 유리한 곳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쉽게 몸집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워낙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심한 대형사들은 계열 증권사가 아니더라도 은행이나 보험 등 그룹 계열사 자금 유입에 기대서 점유율을 늘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운용사에서는 상품 경쟁력과 마케팅 효과에 따른 결과라고 반박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ETF 시장에선 LP로 참여하는 증권사 숫자가 오히려 적어 운용사단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참신한 상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실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면서 점유율을 늘려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