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개월간 표류한 재정준칙…뒷북 현지시찰 가는 여야

기재위 전체회의서 예타 면제 기준 상향법만 처리하고
다음날 위원장·간사 등 프랑스·스페인·독일 7박 9일 출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만남 추진
재정준칙 이달 중 논의조차 불가능…난처한 정부
  • 등록 2023-04-17 오전 5:00:00

    수정 2023-04-17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상원 조용석 기자]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자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내버려둔 채 국회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기준 완화 법안만 처리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유럽 출장을 떠난다. 이들은 재정준칙과 관련해 재정위기를 벗어난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들을 방문한다고 출장 이유를 설명했다. 재정준칙 논의는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 때 시작돼 30개월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해외 현지시찰을 가겠다는 것이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신동근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기재위원장을 비롯해 양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언석 국민의힘·김주영 민주당 의원 등 총 5명의 위원은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유럽 프랑스·스페인·독일로 출장을 떠난다. 17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어 예타 면제 기준을 현행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한 후 바로 그 다음날 출국하는 것이다.

당초 기재위는 오는 22일부터 4월 말까지의 출장 일정을 계획했으나 본회의가 27일로 잡히면서 전체회의와 출장 일정을 모두 조정했다.

이들은 출장을 통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각국 재무관을 만나 과거 유럽 금융 불안을 겪었던 사례와 타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준칙 및 코로나19로 급증한 부채 관리 경험·시사점 공유 △글로벌 탈동조화에 따른 공급망 이슈 진단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제도 및 공조체계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기재위가 재정준칙 법제화 법안 처리를 미룬 상태에서 출장을 떠난다는 점이다. 여야는 당초 재정준칙 법제화와 예타 면제 기준 완화 법안을 함께 묶어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논의를 해 왔다. 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면 재정 소요가 늘어나지만 대신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해 전체 재정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예타 면제 기준 완화 법안이 기재위 소위를 통과하자 당장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선심성 사업’만 남발을 부추기는 법안 처리에 여야가 의기투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기재위에선 재정준칙은 아직 논의 중이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재위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안은 5월부터 편성하기 시작하고 9월에 국회에 제출된다”면서 “기재위도 오는 6월까진 재정준칙 법안을 완성하겠다는 입장이기에 논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페인을 선정한 이유도 재정준칙과 관련이 있다”며 “과거 2009년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를 중심으로 일어난 재정위기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기에 이와 관련해서도 시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마뜩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재정준칙은 2020년 10월 문 정부가 한국형 재정준칙을 마련하면서 논의가 시작됐고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돼 온 일인데, 이제와서 해외 사례를 보고 오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재정준칙과 예타 면제 기준 완화가 함께 처리된다는 점 때문에 예타 면제 기준 완화에 적극 협조했던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이런 상황에 기재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함께 출장을 가게 되면서 재정준칙은 이달 내 통과는커녕 논의조차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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