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말해도 원하는 옷 척척..이젠 패션GPT로”[실리콘밸리 사람들]

①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예스플리즈 홍지원 대표
"기계 아닌 사람의 편의성 극대화한 검색엔진 개발"
W컨셉·코오롱·한섬 등 고객으로 패션GPT 개발 중
  • 등록 2023-04-07 오전 4:00:00

    수정 2023-04-07 오전 6:57:26

[편집자 주] 미국 실리콘밸리는 기술 혁신의 심장으로 불립니다. 구글, 아마존, 애플처럼 첨단 기술을 이끌어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상당수가 포진해있지요. 그리고 오늘도 제 2의 구글을 목표로 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실리콘밸리에서 도전에 나선 한국인 창업자들을 기획 연재물로 소개합니다.

[실리콘밸리=이데일리 김혜미 기자]“‘추천 검색’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절약해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해 텍스트로만 내 관심사를 입력했다면, 저희는 직접 그림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죠. 그리고 이제는 대충 말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추천해주는 GPT패션스타일리스트를 개발 중입니다.”

홍지원 예스플리즈 대표가 직접 검색엔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혜미 기자)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만난 홍지원 예스플리즈(YesPlz) 대표는 눈을 반짝이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이들의 삶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란 강한 확신과 자신감이 단호한 어조에 묻어나왔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예스플리즈는 패션 쇼핑몰에 적용되는 ‘스타일 필터’ 개발사다. 스타일 필터는 일반적인 필터와는 다르다. 보통 쇼핑몰에서 티셔츠를 사려면 색상, 사이즈, 가격대 등을 정해진 범위 내에서 선택해야 하지만 스타일 필터는 소비자가 직접 마네킹 그림 위에 원하는 옷의 형태를 그리면 된다. 예를 들면 목은 터틀넥 스타일로, 전체 폭은 넓게, 길이는 조금 길게 그리는 방식이다. 말로는 복잡해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간단하다. 휴대폰으로 할 때는 손으로 쓱쓱, 컴퓨터로는 마우스로 대충 그려도 원하는 형태가 나오고, 그 이미지를 토대로 원하는 옷들이 정렬돼 나온다.

홍 대표가 처음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직접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하면서부터다. 티셔츠 하나를 사는데도 원하는 옷을 찾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문득 ‘요즘처럼 편리한 시대에 왜 기계가 이해하는 방식으로만 검색어를 입력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홍 대표는 직접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패션 사이트에서도 검색을 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도전했다.

스타일 필터를 구상한 뒤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관련된 경력이라면 이전 직장이었던 삼성전자(005930)에서 추천검색 프로젝트를 맡았던 것이 다였기에 업계부터 기술까지 관련된 것을 모두 공부해야 했다. 스타일 필터가 작동하려면 인공지능(AI)으로 이미지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했고,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의류들의 사진 이미지를 인식해 적당한 이름을 붙이는 태깅(tagging)도 가능해야 했다. 이 기술을 실현하려면 뛰어난 개발자가 필요했다.

고민하던 홍 대표는 결국 가까운 곳에서 조력자를 찾았다. 남편인 조석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한 것. 조 CTO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는데 패션 웹사이트에 아직 홍 대표가 원하는 수준의 검색기능이 없다는 점을 알게 된 뒤 참여하게 됐다. 예스플리즈의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발부터 지금까지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는 모두 조CTO의 총괄 하에 진행되고 있다.

일단 개발한 엔진을 사용할 고객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홍 대표는 무작정 자신의 검색엔진 초기 버전을 소개하는 메일을 미국의 대형 의류업체 70곳에 보냈고, 당시 16곳에서 답장을 받아 개발에 반영했다. 당시 답장을 보내준 색스핍스애비뉴와 파페치, 에버레인 관계자들은 현재도 예스플리즈의 어드바이저로 조언을 하고 있다.

홍지원 예스플리즈 대표가 직접 검색엔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혜미 기자)
예스플리즈는 2020년 6월 151만달러의 투자금 유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고, 제품 출시 이후 W컨셉과 코오롱, 한섬 등을 고객사로 유치했다. 현재 해당 쇼핑몰 사이트에서는 예스플리즈의 검색엔진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스플리즈의 검색엔진 적용은 실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A쇼핑몰의 경우 기존에 평균 고객당 제품 구매 수가 1.9개였다면 검색엔진 적용 이후에는 3.6개로 늘었다. 매출 규모는 1.7배 늘었다. 입소문이 났는지 현재 검색엔진 공급을 논의 중인 업체들의 수만 10여곳에 달한다.

홍 대표는 “예전에는 제품 영업을 하려면 프레젠테이션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지금은 기존 고객들을 통해서나 직접 콘텐츠를 보고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소지었다.

홍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챗GPT를 패션에도 적용하기로 한 것. 현재 개발 중인 프로그램 이름은 ‘GPT패션스타일리스트’라고 이름 붙였다. 여기에는 AI에 많이 쓰이는 프레임 중 하나인 ‘센텐스 트랜스포머’가 활용되는데, 이를 활용해 패션업계의 모든 단어를 압축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패션 트랜스포머’라는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오늘 밤 기부 파티가 있는데 무엇을 입는 게 좋을까?”라는 식으로 입력하면 곧바로 각기 다른 느낌의 의상을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단숨에 추천해준다. 검색 결과가 나오기까지 1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패션 트랜스포머는 추후 다른 산업분야로도 손쉽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홍 대표는 “GPT패션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빨리 깃발을 꽂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계속 준비해왔기 때문에 실제 고객사에 적용하는 데 2~3주면 가능하다. 당분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익숙해지게 만드는 한편 GPT패션스타일리스트를 대표주자로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예스플리즈가 개발 중인 GPT패션스타일리스트 화면. (사진=홍지원 대표 제공)
예스플리즈가 개발 중인 GPT패션스타일리스트 화면. (사진=홍지원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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