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세보다 1억 비싸게 통매입…주인은 ‘LH’ 였다

22년12월~23년 1월 서울 오피스텔 직거래 살펴보니
영등포 오피스텔 29가구 주변보다 4억 비싸게 통매입
"감정평가 시기 때문에 차이나"
"고가매입 의혹 전수조사 필요"
  • 등록 2023-01-31 오전 5:00:00

    수정 2023-01-31 오후 4:49:30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지난 12월23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A 오피스텔의 44가구(4~12층)가 하루 만에 직거래 매매계약서를 썼다. 26.5㎡(약 8평) 남짓한 원룸은 최저 1억8000만원에서 최고 2억5600만원 사이에 계약됐다. 지난해 11월 바로 건너편 오피스텔의 비슷한 평형이 1억475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보다 최대 73%나 비싼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부동산 직거래 중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통매입 계약서를 쓴 주인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청 인근 오피스텔 밀집지역의 모습. (사진=뉴스1)
광진구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B 오피스텔은 이달 13일 한꺼번에 20가구(2~11층)가 직거래 됐다. 전용면적 40~55㎡로 구성된 중소형 가구는 최저 5억2000만원에서 최고 6억3350만원에 LH에 매매됐다. 이는 인근 장위동 우방아파트(전용면적 41㎡)가 2020년11월 거래된 4억8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지난달 5일엔 서울 영등포구 C오피스텔 전용면적 49~54㎡로 구성된 29가구가 LH에 통매각됐다. 최저 6억500만원에서 최고 6억5150만원에 직거래 됐다. 이는 지난해 1월 공급돼 같은 해 10월 거래된 오피스텔 전용 48㎡ 매매가(2억4000만원)보다 4억원 가량 비싸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시장에선 혈세를 투입하는 임대주택 매입가가 집값 하락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했다. 특히 LH의 높은 매입임대 가격이 인근 호가를 끌어올리면서 높은 매입가 탓에 ‘깡통주택’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화양동 A 오피스텔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A 오피스텔보다 지하철역이 더 가깝고 입지가 좋은 곳도 2억원 밑으로 거래된 곳이 많다”며 “다만 A 오피스텔 거래 이후 일부 집주인이 호가를 다시 올려도 되지 않느냐는 문의가 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 C오피스텔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실수요자에게 제공되는 곳이 아니지만 인근 거래가 크게 없다 보니 이를 시세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LH 매입임대 가격이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매입예정금액은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하는데 감정평가 시기와 매매 시기가 벌어질수록 가격 괴리감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실제 매입 대금 결정은 매도신청자와 LH가 1개씩 선정한 2개의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한 산술평균 금액으로 결정한 뒤 매입약정을 체결한다. 최고 평가액이 최저 평가액의 110%를 초과하면 재감정 절차에 들어가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선 고가매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H가 미분양 아파트의 매입임대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전수조사를 통한 의혹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LH 인천본부 주택 매입부에서는 ‘리베이트’를 받고 고가에 빌라나 오피스텔을 매입해줬다는 의혹에 감사를 받은 바 있다. 한 간부는 LH 매입임대 공고가 나면 브로커를 통해 건설업체의 미분양 오피스텔 등을 통째로 매입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H는 “매입가가 높게 책정됐다고 보이는 것은 구축 매매 사례와 비교했기 때문이다”며 “감정평가 시기와 부동산 시기의 차이가 나는 것도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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