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의 초우량 등급임에도 6% 가까운 금리를 주는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가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저쿠폰 채권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국채를 꼽는다.
쿠폰(금리)이 낮아 실제 받는 이자는 많지 않지만, 그렇기에 이자소득세 부담이 적다. 대신 자본이득을 노릴 수 있어 실제 연 수익률 두자릿수를 기대하고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은 우선 절세효과 때문이다. 채권은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다. 한전채에 투자해 6%의 이자를 얻는 것보다는 1%대 국채를 담아서 이자소득세를 적게 내고, 그 대신 세금 내지 않는 자본이익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금리상승으로 채권가격이 떨어진 만큼 액면가 밑으로 떨어진 채권을 사서 만기에 상환받으면 그 차이만큼 비과세 이익으로 남는다.
예를 들어 만기 1년에 액면가 1만원, 표면금리 1% 채권을 9780원에 매수하면 표면금리 1%에 대해 과세되지만 매매 차익 220원은 비과세다. 세전 수익률 연 3% 수준에서 매매 차익 비과세 효과를 더하면 최대 연 5.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채 중에서도 잔존만기(만기까지 남은 기간)가 긴 장기 국채 인기가 높다. 2019년 9월에 발행돼 잔존만기 17년인 20년 만기 국고채 19-6은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장내에서 하루 1억원 안팎의 거래량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 국채의 표면금리 1.125%지만, 수익률(유통금리)은 4.1% 수준이어서 가격은 6400원대다. 액면가 1만원을 한참 밑도는 가격이다.
여기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도 단기간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린 만큼 추가 금리인상 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최근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면서 금리상승으로 채권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저가매수 시기라는 것이다.
국채 외에도 은행채나 미국 채권 등도 저쿠폰 채권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개인고객이 가장 많이 사들인 채권 리스트에 표면이율 1.408%인 ‘신한금융지주 129-1’를 비롯해 금리 1.507%인 ‘SK하이닉스223-1’ 등이 올라 있다. 해외 채권 중에서도 표면이율 0.13%로 2024년 2월15일 만기인 미국 국채, 2.88%인 신한금융지주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등에 개인이 대거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