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년물이 10년물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 폭도 최근 20년 넘게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벌어져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본다는 의미다. 이에 증시를 비롯한 각종 자산시장에서 투심이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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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물 국채금리 4% 돌파 ‘시간문제’
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4분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8bp(1bp=0.01%포인트) 상승한 3.465%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3.518%까지 치솟았다(국채가격 하락). 3.5%선을 돌파한 것은 2011년 4월 이후 11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2년물 금리는 더 큰 폭 뛰고 있다. 현재 7.0bp 오른 3.938%를 나타내고 있다. 장중 3.970%까지 올랐다. 4%가 목전에 온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인 2007년 10월 이후 거의 15년간 2년물 금리가 4%를 넘은 적은 없다. 시장에서는 이미 4% 돌파를 기정사실화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금리가 5%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있다. 매튜 루체티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빡빡한 노동시장 여건이 이어질 경우 5%를 초과하는 금리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석학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리를 5% 이상 올려야 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장단기 금리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년물의 오름세가 10년물보다 더 크다는 뜻이다. 이날 장중 2년물과 10년물 역전 폭은 46bp까지 벌어졌다. 2000년 3월 이후 22년6개월 만에 가장 크다.
월가가 장기화하는 금리 역전을 주목하는 것은 경기 예측력 때문이다. 당장 눈앞보다 먼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예컨대 10년 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장기금리가 낮아진다면, 그 차이는 좁혀질 수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둔화 혹은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시장은 이를 두고 ‘커브가 눕는다’고 한다.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채권수익률의 변동을 선으로 그은 것이다. 장단기 금리가 좁혀지면 곡선은 편평한 형태(커브 플래트닝·yield curve flattening)를 띠는데, 이를 눕는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 일드커브는 가파른 형태(커브 스티프닝·yield curve steepening)를 보인다. 특히 채권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변수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설립자인 톰 이사예는 “국채금리 역전이 주는 신호는 명확하다”며 “몇 분기 안에 경기가 위축될 것 같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요즘 2년물 흐름을 보면 금리 차가 50bp 이상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는 1981년 9월 이후 볼 수 없던 수치다. 시장이 1980년대 초 같은 초강력 침체를 점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각종 자산시장은 공포감 속에 연준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 뉴욕 증시부터 약세 압력이 강하다. 국채에 투자해도 4%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주식에 투자하는 위험을 질 필요가 있느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노던 트러스트의 케이티 닉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는 때”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나온 전미 주택건설업협회(NAHB)의 이번달 주택시장지수는 46으로 전월(49)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47)를 밑돌았다. 이 지수가 50 아래에 있다는 것은 주택업계가 부동산 시장의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로버트 디에츠 NAH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건축업계의 심리가 악화하는 것은 최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2008년 이후 최고치인 6% 이상으로 끌어올린 공격적인 통화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