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 맘 3인 “조금 다르지만…우리가 원하는 건”

[이상한 장애아동 복지中]
어린이집 경험 85%…통합 실제론 방출
진단 대기줄 1년…정부 조사 현실 괴리감
인정 미루다 조기발견 조기개입 늦어져
F코드 뜨면 사보험 커버不…진단 미뤄
  • 등록 2022-09-15 오전 4:22:58

    수정 2022-09-15 오전 4:22:58

우리 주변 미취학 장애아동은 3만명 가까이 됩니다. 이들이 더 빨리 장애를 발견해 치료로 이어진다면 중증도 경증 장애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이데일리가 점검하여 상중하 3편으로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는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처음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12세 미만 발달장애인의 어린이집 이용 경험은 85.3%나 됐다. 정부가 비장애 영유아와 장애 영유아가 함께 있는 통합 어린이집을 늘리며 이뤄낸 성과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장애아 부모들은 어린이집에서의 방치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통합’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셈이다.

장애아 3명 이상이 모여야 정부 지원금으로 장애전담교사 1명을 고용할 수 있는데, 어린이집 교사는 대부분이 저임금이라 장애전담교사도 숙달된 전문가를 기대하긴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장애아 상태가 모두 다른데도 한 반에 모아놓고 통합교실로 운영하는 시스템도 장애아의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14일 이데일리가 만난 3명의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부모들은 “우린 아이에게 대단한 거 원하지 않는다.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자기만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박한 바람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바람조차 실현이 어려운 상태다. 장애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한 치료와 교육, 사회화가 필요하지만, 현재 시스템 안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민이네 이야기 “병원 대기만 1년…아직도 다른 가족 인정 안 하죠”

네 살 박경민군의 어머니 유수정(40)씨는 24개월 즈음에 아이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 남편의 친척 중에 자폐스펙트럼 아이가 이미 있어 ‘혹시 우리도 아닐까?’라는 의심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찾아간 병원에선 말이 느리다며 주 3회 언어치료만을 권했다. 그러나 경민이의 언어는 늘지 않았다. ‘엄마 얼굴 봐’를 반복적으로 말해도 호명반응도 없었다. 대기를 걸어둔 통합어린이집에선 세 아이를 키우는 다자녀 가구인데도, 늘 빈자리가 없다고 했다. 경민이 보다 뒤에 대기를 걸었던 다른 아이 엄마는 연락을 받았다고 해 다시 어린이집에 전화를 해도 어린이집에선 경민이 자린 없다고 했다.

유수정씨는 경민이의 본격적인 치료를 위한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 유씨는 “(자폐 관련 진단을 받기위해) 소아정신과에선 6개월~1년을 정도의 대기가 있다며 기다리라고 하더라”며 “다른 가족들은 경민이의 자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폐를 빨리 발견하고 치료를 하려고 해도 난관이 많다는 걸 느낀다. 이제 시작인데, 힘이 너무 빠진다”고 말했다.

정진·한진이네 이야기 “F코드가 무서워 피했지만”

여섯 살 정정진 정한진 쌍둥이를 둔 윤지선(37)씨는 두 번째 임신에 쌍둥이가 찾아오며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대근육 소근육 발달에도 이상이 없던 두 아이는 이상하게 모두 말이 느렸다. 결국 37개월에 재활센터가 있는 병원에 찾아가 언어치료를 시작했다. 말이 터지기를 기다렸지만 이후 말보다 무는 행동이 먼저 나타났고, 다섯 살 때 같은 반 아이를 물며 고소를 당했다. 윤지선씨는 “결국 우리 아이의 상태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동시에 어린이집에서도 방출되다시피 나왔다”고 털어놨다.

윤지선씨가 아이들의 자폐진단을 미룬 이유는 치료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으려면 소아정신과에 찾아가야 하는데, 이때 정신 및 행동장애로 F코드를 받으면 사보험 실비청구가 불가능해진다. 발달지연인 R코드까지는 사보험 실비로 일부 보장이 되지만, F코드를 받으면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쌍둥이의 치료비는 다른 집의 2배 이상이 들다 보니 F코드는 가정경제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본격적인 치료를 위해 얼마 전에 장애진단을 받았다. 윤 씨는 “어느 날 남편이 ‘저녁에 퇴근하면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더라. 치료를 더 늘리면 아이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가정형편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주민이네 이야기 “36개월에 다름 알았지만…”

일곱 살 하주민 군의 어머니 정선경(37)씨는 주민이가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36개월 즈음에 알게 됐다. 주민이는 말이 느렸다. 상호작용도 되지 않았다. 돌이 막 지나고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주민이 동생을 보며 주민이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상 조짐을 무시했다. 그리고 ‘조금 느린 아이일 뿐이다’라고 여겨 통합유치원에 보냈다. 좋은 선생님에게 배우고 주변에서 친구들이 도와주고 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텐트럼(분노발작)과 자해, 상동행동, 감각추구 등 온 갖게 다 튀어나왔다. 어린이집에 보낸 지 2시간도 안 돼, 아이를 데려가란 전화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언제 올지 모르는 어린이집 전화에 매일 조마조마했다. 나중엔 어린이집에서 “주민이를 못 보겠다”고 했다.

이후 치료실을 다니고 거기서 알게 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갔더니 주민이를 보자마자 “도움이 필요할 거 같다. 행동이 위험하다”고 얘기해줬다. 정씨는 결국 주민이의 자폐스펙트럼을 인정하게 됐다.

2년여를 좋은 치료실이라고 하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 그 덕분일까? 이제 좀 있으면 주민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로 할 수 있을 거 같아 (자폐가 아닌) 지적장애로 등록을 했다. 정씨는 “아이의 장애를 조금 더 빨리 인정하고 개입했다면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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