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 양향자 "韓, 칩4서 주도적 역할할 것…기술·인재 확보 관건"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 인터뷰
칩4서 中견제 아닌 반도체 공급안정 주도해야
"반도체 산업, 기술 신대륙 찾은 콜럼버스호"
TSMC 연구인력, 삼성전자 3배 수준
"인재양성안 담은 K-칩스법 신속통과해야"
  • 등록 2022-09-05 오전 5:00:00

    수정 2022-09-05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영지 배진솔 기자]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기술력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칩(Chip)4’ 동맹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기술이 없으면 외교도 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수성뿐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이 쓰일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기술력 선점과 인재확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양향자(광주 서구을·무소속) 의원이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양향자 의원실)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 세계 반도체시장 내 우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기술 선점이 중요하며 결국 인재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성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 IT 생태계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 시장에 필요한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어야만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칩4와 관련해선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인 한국은 가입 조건 협상에 유리한 지렛대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입한 뒤에도 충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당장 예비회의에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좌우할 룰을 만드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전쟁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심화하는 만큼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할 것”이라며 “이제 기술을 모르면 외교도 못 한다. 결국 반도체 공정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 개선 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또한 우리만의 필살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력은 결국 인재에서 나온다며 인재확보를 위한 기업 투자와 정부 정책이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고졸 삼성전자 임원(상무)’ 출신인 양 위원장은 지난 2016년 초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에 합류해 반도체 산업 지원과 인력 양성을 골자로 한 ‘K-칩스법’을 발의했다.

▲양향자 의원이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양향자 의원실)
다음은 양 의원과의 일문일답.

-D램값 하락세에 IT기기 구매 수요 둔화로 반도체 겨울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계절에 따른 일시적 수요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계속해서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호’처럼, 반도체 산업은 1977년 정보혁명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했고 2007년 모바일 혁명, 올해 4차 산업혁명으로 또 다른 새로운 신대륙을 계속해서 발견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에는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로 인간 자체를 대체하는 상황까지 올 것이다. 반도체는 모든 산업의 뿌리이자 앞으로 더 많은 집적도를 요구하는 기술을 실현할 줄기, 잎이자 열매다. 반도체 산업의 전망은 밝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기술 우위인 메모리반도체를 두고 중국 추격이 매섭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이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초격차 강화에 전념해야 한다. DDR5로 D램 시장을 키워야 하며,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활용한 GDDR6 기술 개발 등 기술 초격차 강화로 메모리반도체 수익성 방어는 물론 중국 메모리반도체 추격에 대응해야 한다. 초미세공정 개발과 수율 개선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수율 개선을 위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얼마나 많은 재원을 투입하느냐가 중요하다. 단적인 예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TSMC 연구·개발(R&D) 인력은 각 2만명과 6만명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인재양성안을 담고 있는 K-칩스법이 신속하게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인력 수급을 위한 방안으로 구상 중인 게 있나.

▷현재 산업인력 수요·공급 미스매칭이 심각한 상황이다. 예컨대 반도체 부족 인력 중 고졸이 절반인데 반도체 특성화 고교는 전국 2곳뿐이다. 당장 필요한 인력뿐 아니라 10년, 20년 후 미래산업 인력 수요를 분야·학력·기술별로 예측할 필요가 있다. 지역 산업단지 특성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는 데 지역거점대학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풍부한 현장경험과 지식을 갖춘 재직·퇴직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10년 전부터 퇴직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도체산업의 해외 인력 유출을 막고 대학의 실무형 인재양성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K-칩스법이 외국에 비해 늦게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임에도 반도체산업 지원을 토대로 한 법안 마련이 늦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 정권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인식이 강했다. 기업 지원책에서 나아가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지평을 여는 시점에 대기업이 우리 청년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K-칩스법은 반도체 산업을 견인하는 기업들에 힘을 줄 수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K-반도체 전략으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발의됐다면 윤석열 정권에서는 반도체특위 출범을 통해 섬세하고 꼼꼼하게 세부 법 조항을 만들고 정비했다.

-칩4 동맹 예비회담이 이달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우리나라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칩4 동맹이 중국을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협의체이지만 나아가 원유 공급을 조절하는석유수출국기구(OPEC)처럼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기구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이 가능하도록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규칙을 만드는 데 목소리 내야 한다. 예컨대 반도체공급망협력기구(가제) 조성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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