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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2일 동원산업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0.2%(500원) 오른 24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아직 합병 공시 이전 종가인 26만5000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급별로는 개인이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같은 기간 외국인은 순매수를 이어갔다.
지난 7일 장 마감 이후 발표된 합병 공시에 매매거래를 하루 쉬어간 동원산업은 다음 거래일인 11일 주가가 14% 넘게 폭락한 바 있다. 당시 거래량은 5만8906주로 지난 2018년 11월 이래 가장 많은 거래량이었다. 비교컨대 지난 2020년 3월19일 코로나 공포에 코스피 지수가 8% 빠지며 ‘패닉셀’이 쏟아졌던 날에도 동원산업 거래량은 8005주에 불과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양사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이 동원산업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오너가 보유한 법인과 그룹의 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 간의 합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재철 회장이 지분 24.5%,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68.3% 등 오너 일가가 99.6%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을 1대 3.83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식분할을 반영한 비율이며 비상장법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평가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 평균했다.
이 같은 합병 행보가 주주 평등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동원산업 주가가 현재 많이 내려온 상태”라며 “올해 업황이 좋아서 주가가 더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합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라고 지적했다.
한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과거 자체 상장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8년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8월 말 승인을 받았으나 2009년 2월26일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증시 불안으로 공모가격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에 대해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실현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자체를 막을 별다른 법적 장치는 없어”…향후 일정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은 우회상장에 해당돼 거래소의 우회상장예비심사를 거치게 된다. 예비심사가 승인되면 합병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심사가 미승인되면 합병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심의는 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45일 이내에 통지될 예정인 만큼 기한은 오는 6월14일까지다.
업계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합병 자체를 막을 수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있는 듯하나 해당 심사는 어디까지나 합병 이후 우회상장과 관련된 심사”라며 “거래소는 합병 비율에 대한 불공정을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즉 현행 법상에서 우회 상장에 대한 비승인이 나려면 동원산업이 상장법인으로서 실체에 문제가 있다든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상장 비적격 대상으로 판단돼야 하는데, 합병의 불공정 자체를 거래소가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는 “국내에서 현재 합병 비율 등에 관한 주주보호장치로는 합병주주총회에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보장 그리고 삼성물산 사례처럼 소송을 통해 합병비율의 부적격성을 다투는 두 가지 절차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주주평등권이 확고히 자리 잡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 시장은 불공정 사례가 너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주주 탐욕보다는 주주평등권이 자리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