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의 연말 행보가 분주하다. 4분기 들어 투자에 집중하며 자본시장 내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어서다. 조성 1년여 만에 소진율 90%를 넘어선 1호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부터 모집하는 펀드)에 이어 내년에는 금액을 상향 조정한 2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까지 계획하고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톤브릿지는 지난 9일 아주IB투자와 함께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를 145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1450억원 중 6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나머지 850억원은 두 회사가 50%씩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구구스는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첫 사업을 시작한 중고명품 매입·위탁판매 업체다. 현재 전국 2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웹·모바일 앱 활성이용자(MAU)는 올해 6월 말 기준 약 50만명에 달한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명품 구매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을 육성한다면 추가 성장의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VIG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바디프랜드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SP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 점치는 매각가만 4000억원을 넘어서는 빅딜이다. 세컨더리(PEF가 보유한 매물을 되사는 것) 형태로 진행된 이번 거래는 매각 측이 인수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바디프랜드의 시장 점유율(국내 기준 60%)과 렌털시장 성장세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당장의 IPO를 논하기보다 성장에 집중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생 PEF 운용사인 한앤브라더스와 함께 자금 마련에 나서는 한편 동종업계 기업을 추가 인수하는 ‘볼트온’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톤브릿지는 이밖에 바이오디젤 제조기업인 단석산업에 약 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바이오디젤이 폐기물 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포트폴리오 투자로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선 10월에는 대한제분과 컨소시엄을 꾸려 건강기능 식품 업체인 ‘헬스밸런스’를 6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두 달 동안 잇따른 M&A와 지분 투자를 일궈내며 지난해 7월 3060억원 규모로 조성한 첫 블라인드펀드 소진율도 90%를 넘어섰다. 투자처 물색부터 자금 집행까지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기 블라인드펀드 조성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구체적인 조성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첫 블라인드펀드 조성 규모였던 3060억원 보다는 확실히 더 사이즈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톤브릿지벤처스가 내년도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스톤브릿지캐피탈도 외연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며 “투자 기업들도 쏠림현상 없이 다양한 섹터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