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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올해 미국 증시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미국에서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키우겠다는 기업들이 넘치고 있다는 의미다.
역대 최대 갈아치운 미 IPO 시장
26일(현지시간) CNBC가 인용한 르네상스캐피털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미국 IPO 규모는 890억달러(약 102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급증했다. IPO는 기업이 상장 절차 등을 밟기 위해 실시하는 외부 투자자들에 대한 첫 주식 공매를 말한다.
현재까지 IPO 규모는 미국 역사상 최대다. 닷컴 붐(dot-com boom) 속에 970억달러를 기록했던 2000년 당시가 한해 통틀어 역대 최대인데,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 게 유력하다. 1995~2000년 인터넷 급성장에 주가가 치솟던 때보다 더 주식시장이 활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상 주가가 높고 투자 수요가 많을 때 IPO 규모는 늘어난다.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총 250개 기업이 IPO에 나섰다. 전년 대비 191% 늘어난 수치다.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218건)를 넘었다.
이 중 최소 9개 기업은 이미 공모가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를테면 중국 청소서비스업체 이-홈 하우스홀드 주가는 IPO 이후 380% 폭등했다. 이스포츠 테크놀로지스와 버브 테라퓨틱스의 경우 각각 254%, 174% 뛰었다. CNBC는 “재택 관련 기술주, 헬스케어 혁신기업, 전자상거래 기업 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팬데믹 위기를 잘 극복할 역량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미국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현상 역시 한몫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미국 뮤추얼펀드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한 액수가 9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역대 가장 큰 규모다.
IPO 활황은 최근 미국 당국의 규제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시장이 급격히 식은데 따른 측면도 있다. 스팩은 실제 사업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스팩을 세워 상장한 후, 실제 기업과 합병해 기존 회사를 우회상장하는 식이다. 그런데 스팩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스팩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규모로 급증한 이후 2분기에는 87%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