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비대면?’... .선택의 기로에 선 학생들

일부 대학서 ‘대면?비대면 수업 선택제’ 도입... 학내 ‘시끌’
학생들 “학교 방역 조치 있어도 불안감 어쩔 수 없어”
비대면 수업 실시 따른 등록금 반환 주장도
학교 측 “학습권 보장 위한 조치"...등록금 반환요구엔 난색
  • 등록 2021-03-11 오전 12:30:39

    수정 2022-01-19 오후 5:43:45

“학교가 대면·비대면 수업 선택제를 시행하면서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에요. 비대면 수업은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교수님들이 대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세요.”

가천대에 다니는 김 모(23·여)씨는 이번 학기 수업을 비대면으로 수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감염이 두려워서다.

김씨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도 "대학교 특성상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학생들이 모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갈 순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가의 개강이 본격화 한 가운데 대학별로 △전면 비대면 △대면·비대면 수업 혼합 등 수업 운영 기준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학기 방역단계에 따라 대면 수업 여부를 조정하겠다는 대학이 67.7%,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하는 방식이 20.2%였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면·비대면 수업을 혼용하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어 논란이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의 질적 저하에 따른 성적과 코로나19 감염우려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업 질 고려해 대면 수업 선택...감염 걱정 있어

가천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 31명 이상~60명 이하의 이론 수업은 대면·비대면 수업 선택제를 시행한다. 30명 이하 이론 수업은 전면 대면 수업을 실시한다. 실험·실습 수업도 15명 내외로 분반해 전면 대면 수업으로 운영한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전공 이론 수업의 경우 대면·비대면 수업 선택제를 시행한다. 교양 수업은 비대면으로, '전공 이론+실습 수업'과 전공 실험실습수업은 전면 대면 수업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재학생 이 모씨(25·남)는 이번 학기 대면 수업을 선택했다.

공과대를 다니는 이씨는 실습 수업은 의무적으로 대면 수업을 듣고, 이론 수업은 대면 수업을 선택했다. 그는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은 습득력이 확연히 차이난다”며 “대면 수업이 훨씬 공부가 잘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이씨는 “학교 측에서 페이스 쉴드와 손 소독제를 제공하고 수업이 끝날 때마다 책상 소독 등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한 수업을 많으면 20명이 듣는데 한 공간에서 수강하니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고 거리두기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수업 전후 학생들끼리 대화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감염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감염 우려에 비대면 수업 선택..."수업 질 불만족"

'강의실 대신 노트북' 개강 첫날 비대면 수업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의 질이 대면 수업보다 떨어진다고 했다.

가천대 재학생 유 모씨(23·여)는 “웹엑스(비대면 강의 프로그램)의 음질과 화질이 떨어지고 오류가 잦다”며 “수업 때 웅웅거리는 소리도 많이 들리고 오류 때문에 수업 시간 30분 만에 수업이 시작된 적도 있다”고 했다.

유씨는 “등록금이 이 가격이면 유명한 인터넷 강의의 질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카메라 화질이 떨어져 칠판 필기가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천대에 다니는 또 다른 재학생 이모(25·여)씨도 “수업 중간에 교수님 소리가 멈춰서 설명의 흐름이 끊기고 강의가 일찍 끝나기도 한다”며 “아직까지는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에 비해 시험을 치르기도 어렵고 의사소통도 어려워 등록금은 반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면·비대면 수업 선택제 만족해도...등록금 반환 필요해

반면 학교의 ‘대면·비대면 수업 선택제’에 만족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가천대에 다니는 윤 모씨(23·여)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수업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며 "비대면으로도 질 높은 강의가 제공된다고 느껴 만족한다”고 답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재학생 박모(25·남)씨도 “아직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신입생들은 선택제로 대면 수업을 들으며 대학 생활을 즐긴다"며 "비대면 수업을 택한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생겨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다만 전면 대면 수업을 실시하지 않는만큼 등록금 반환을 해야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한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 4일 공개한 '2021년 등록금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4104명 중 91.3%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는 76%가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등록금 반환 금액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한 학생도 80.4%에 달했다.

송주원 가천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동일하게 내는데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수업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은 부분까지 고려해 대면·비대면 수업 선택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원한다면 등록금 반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하다, "상반기 등록금 즉각 반환하라" (사진=이데일리)


학교측 "학습권 보장 위한 조치...방역 철저히 진행할 것"

대학은 대면·비대면 수업 선택제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관계자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전공 이론 과목에 대하여 대면과 비대면 수업 방식을 동시에 제공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매월 교내 수업 공간과 공용공간, 교수연구실과 행정사무실 등 교내 전체 공간에 대해 월 1회 방역 전문 업체를 통해 연막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며 "사람의 왕래가 잦은 출입구,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은 매일 소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등록금 반환에 대해서는 대학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관계자는 "대면과 비대면 수업의 선택권은 학생들에게 있다"며 "학생이 자율적으로 대면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교육에 따른 등록금 반환의 의미는 크게 저하된다"고 했다.

가천대 관계자는 "(등록금 반환과 관련해)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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