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로 진단받은 아이들에게 약물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부모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서다. 산만한 아이들은 학교와 집에서 지적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따르는 게 빠르게 잘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실수하고 빠트리고, 차분하게 무언가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집에서는 다른 형제자매 보다,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보다 반복적으로 지적을 받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진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자연스레 부모와 선생님에게 억울한 마음을 갖고 원망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친구들 사이에서 같이 놀고 싶지 않은 친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산만하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남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배려하는 것이 어렵고, 분위기 파악을 잘 못 할 수 있다. 아이가 선의로 했던 말이나 행동이 상대를 불편하거나 불쾌하게 할 수 있다. 또, 놀이 중 자신의 차례를 잘 기다리지 못하거나, 지는 것을 못 견뎌서 화를 내고 자기 마음대로 놀이를 하려고 고집을 피울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들로 친구들이 같이 놀기를 꺼리면, 아이는 상처받고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지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가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부족하다면 꼭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아이가 ADHD인지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고, 만약 ADHD라면 약물치료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그 누구보다도 아이 자신의 자존감과 행복을 위해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