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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범준 기자] “요즘 미·중 무역분쟁이니, 북한 미사일이니, 불안불안하잖아요. 국내 정책 리스크도 있고요. 투자 현장도 똑같습니다. 방향성이 없다보니 현금부자들이 단기로 놔둘 만한 정기예금이나 달러화, 금 등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어요.” (강원경 KEB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센터장)
현금부자들의 뭉칫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초저금리로 돈이 많이 풀려있지만 정작 투자처는 마땅치 않자 안전한 곳에 잠시 머무는 대기성(Parking)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8일 이데일리가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4곳(KEB하나은행 제외)의 10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을 집계해보니 올해 1분기 말 잔액은 6조465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5조8645억원) 대비 10.2% 증가했다. 정기예금 취급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의 경우 그 증가율이 26.9%에 달했다.
송재원 신한은행 PWM서초센터 부지점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 보통 사람들보다 재산을 지키려는 걱정이 많다”며 “정기예금이 늘어나는 것은 중간에 해지해도 손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정부 규제가 심하다보니) 부자들은 아직은 관망세가 더 짙다”고도 전했다.
돈이 고여있다는 건 그 자체로 리스크이기도 하다. “어디가 괜찮다더라”라는 소문에 투기 광풍(狂風)이 몰아칠 수 있는 탓이다. 최근 현금 부자들이 부동산을 손쉽게 매수한다는 ‘줍줍’ 현상도 그 전조(前兆)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인 강남권 ‘방배그랑자이’가 1순위 청약에서 256가구 모집에 총 2092명(평균 경쟁률 8.17대1)이 신청했다. 주택형별로는 59A㎡가 무려 13.2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방배그랑자이는 전(全)가구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경쟁률이 높은 건 현금 부자들이 몰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