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의 ‘心通 철학’…코오롱 R&D 산실 가보라

R&D 심장 마곡산단에 위치
LG, 롯데 등 수많은 기업 ‘둥지’
미래먹거리 찾는 전초기지 역할
공유오피스처럼 ‘공간 혁명’
  • 등록 2018-11-25 오전 12:10:00

    수정 2018-11-25 오전 12:10:00

코오롱 R&D전진기지인 ‘원앤온리타워’ 전경. 마곡에 입주한 다른 대기업 R&D센터와 독특한 외관 덕분에 이미 랜드마크로 불려지고 있다. 건물 전면부에는 섬유산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정체성을 심은 의류인 니트를 늘렸을 때 나타나는 직조무늬 패턴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간이 조직 문화를 만들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지난 4월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그룹의 연구개발(R&D) 기지를 구축하면서 밝힌 일성이다. 평소 조직 내 소통과 협업을 강조해온 이 회장은 당시 신사옥 입주식에서 “그룹의 새로운 60년 화두는 소통”이라며 “마곡은 연구·영업·지원이 한 곳에 모여있는 협업의 장으로써 코오롱의 새 도약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
최근 찾은 코오롱의 R&D 산실 원앤온리타워(One&Only)는 이 같은 이웅열 회장의 심통(心通) 철학을 한눈에 떠올리게 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해외유명 미술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열린 공간이 펼쳐졌다. 연구동과 사무동은 지상 2~4층까지 이어진 대계단으로 모든 통로와 연결돼 있어 임직원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단순히 사옥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부터 소통하라는 이 회장의 평소 신념이 엿보였다.

R&D타워로 출퇴근하는 이광혁 코오롱 경영혁신실 부장은 “마곡의 핵심은 소통”이라며 “공간 자체가 그룹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어 “작은 소품 하나 허투루 만든 게 없더라. 계열사는 물론 직급과 업무, 부서 간 소통과 협업 시너지를 높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신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코오롱 원앤온리타워는 연면적 7만6349㎡(약 2만3095평),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2015년 첫 삽을 뜬 이래 약 30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그룹의 융복합 R&D 전진기지로 우뚝 섰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텍의 연구개발(R&D) 및 지원 인력 1100여명이 이곳으로 둥지를 옮겼다.

3개 계열사가 공유하는 R&D센터는 천장 높이 최대 5m로 넓은 공간을 확보해 연구·실험공간을 완전히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사무공간 역시 전부 개방형으로 꾸몄다. 칸막이 없는 책상을 이동할 수 있게 해 기존 바둑판식 배열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정경진 코오롱인더스트리 R&D본부 연구기획팀 대리는 “새 공간에 대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대체로 긍정적”이라며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에 초점을 맞춘 설계도 눈에 띄었다. 정 대리는 “직원끼리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들이 사무실 만큼 많다”면서 “직원들과의 교류는 늘고, 책상 주변에만 머물던 개인 동선도 확대됐다. 북·뮤직카페, 헬스장, 야외테라스, 그랜드스테어(대계단), 당구장 등을 배치해 1인당 활용 면적이 확실히 늘었다”고 웃었다.

가장 큰 변화는 빠른 피드백과 의사결정의 단축이라고 했다. 정 대리는 “현장에선 왜 해당 연구하는지, 또 연구원은 현장에서 뭐가 더 시급한지 잘 모를 수 있는데 서로 업무적 이해를 구하면서 토론하고 보완하는 식”이라며 “아이디어 및 정보의 빠른 공유와 의사결정권자가 한데 모여있어 사업 진행 속도는 빨라지고, 의사결정 시간도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협업은 자연스레 부서·계열사 간 시너지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부장은 “연구개발 성과가 나타나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주 6개월이 지난 지금 표면적인 성과물을 제시할 순 없지만 협업의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사업과 R&D 부문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바로 논리를 만들고 협의·조정한다”며 “트러블을 사전에 제거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코오롱의 R&D기지 마련에 대해선 향후 제조 분야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대리는 “연구개발은 혼자 몰입하고 탁상에서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작업으로 치부되곤 하는데 자기만의 싸움이 아니다. 사업 간의 협업이 중요한 작업”이라며 “원앤온리는 이 같은 연구조직의 특성을 잘 파악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말했다.

건물 곳곳에는 그룹의 정체성을 심었다. 이 부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만드는 산업용 소재를 활용해 인테리어했다”며 “공간마다 섬유산업에서 출발한 그룹의 정체성을 담아내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곡에 있는 수많은 기업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코오롱을 비롯해 LG·롯데 등 대기업 연구소가 자리 잡은 뒤 중견·중소기업들도 속속 입주하면서 마곡산업단지가 새로운 R&D 메카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 부장은 “마곡산단은 다양한 첨단 분야의 기업 R&D센터가 몰려있어 각종 신산업 기술 동향과 융복합의 흐름을 가장 먼저 들여다볼 수 있는 클러스터”라고 말했다.

코오롱 One&Only 타워 내부 전경 및 그랜드 스테어(대계단)
코오롱 One&Only타워 그랜드 스테어(대계단)에서 열린 입주축하 세레모니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정경진 대리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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