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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에 사는 A(16·고1)양은 실종되던 지난 16일 오후 4시30분께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 소개해준다고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뒤 행방불명됐다. 17일 새벽 A양의 부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아빠 친구 B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근처 공사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력 용의자 B씨가 숨지면서 A양의 행방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에 A양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기록은 없지만 A양을 만났을 것으로 보고 B씨의 행적을 조사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A양이 집을 나선 시간대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B씨의 차가 CCTV에 찍혔으며, 이 차의 동선을 추적한 결과 A양의 휴대전화 신호 동선과 비슷했기 때문. 특히 경찰은 실종 당일 밤 A양 가족이 B씨의 집을 찾아가자 집 안에 있던 B씨가 뒷문으로 황급히 빠져나가는 CCTV 영상도 확보했다.
실종된 A양처럼 만 18세 미만 아동 실종사건은 신고 12시간이 지나면 찾을 확률이 42%, 일주일이 지나면 11%로 떨어진다. 이에 앞서 사흘 안에 찾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이는 실종 청소년이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사흘이 지나면 대부분 휴대전화가 꺼지면서 행선을 파악할 수 없어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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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가족들은 다음날 오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이후 경찰이 수사전담팀을 꾸려 이 여고생을 수색하던 중 실종 당일 친구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라 청주에 있는 한 고시텔에 머물렀던 50대 남성을 나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이 남성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남성은 사건 발생 2주 뒤 인천의 한 공사장에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B씨는 A양이 실종된 16일 오후 9시20분께 강진 군동면 자신의 집에서 “읍내 당구장을 다녀오겠다”며 4km 떨어진 군동면 금사저수지로 향한 것을 경찰은 확인했다.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몰고 나간 김씨는 저수지에서 10여 분 머물고 오후 9시 33분쯤께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B씨는 옷가지로 보이는 물건을 태우고 세차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제2의 청주 여고생 실종사건이 번복되지 않게 A양 실종 8일째인 23일에도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색범위는 A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강진군 도암면 야산 일대이며 도암면 인근의 저수지도 수색 중이다.
경찰은 “B씨의 휴대폰 위치 신호가 이 저수지에서 잡혔다”며 “잠수부를 투입하고 인근 야산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도암면 지리를 잘 알고 있었던 만큼 1차로 수색을 마친 지점이라도 한 번 더 교차수색을 하고 전체 수색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며 “김씨 집과 가게 등은 신고 직후 조사했으나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진 여고생 실종사건에 전문가들은 A 양 부모에게 “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마을 인근 어딘가에 감금된 상태일 수도 있다”면서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