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다른 경제단체들이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없어 인선에 진통을 겪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중기중앙회장이라는 자리가 그만큼 중기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335만에 달하는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말 그대로 ‘중기 대통령’으로 불릴 만하다.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24조에 의거해 중앙회를 대표하고 업무를 관장하며 총회와 이사회의 의장이 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장은 비상근직으로 명예직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 등에 중소기업계의 애로사항을 건의하고 입법과정이나 정책결정과정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홈앤쇼핑에서 김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로만손 시계 제품을 중복편성했다”고 지적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기중앙회장의 권한도 막강하다. 중기중앙회는 967개의 조합 가운데 정회원인 580여 정회원 조합에 대한 감사권을 가지고 있다. 이사회와 총회라는 의결기구가 있지만 사실상 중기중앙회장이 580여 조합에 대한 감사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중기중앙회장은 경제4단체장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외국의 총리 이상급 고위 공직자들이 국빈방문시 만찬을 주재하는 자격을 갖는다. 출국 시에도 부총리급 의전 예우를 받는 등 중소기업 사장에서 대폭 신분이 상승한다.
중기중앙회장 직책이 정계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역대 중기중앙회장 가운데 김영수 전 회장을 제외하면 유기정, 황승민, 박상규, 박상희, 김용구 전 회장 모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김기문 회장도 올해 치러진 6·4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았다. 김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퇴임 후에는 기업경영(로만손)에 전념하겠다”면서도 “사람 앞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정계 진출 등 제3의 행보에 대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