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북미 신공장 건설 '카운트다운'

실무진 주도로 멕시코 등서 부지 물색
안병모 부회장 올 3월 취임 후 가속도
해외생산 비중 43%로 여전히 낮은 편
  • 등록 2014-05-07 오전 6:00:00

    수정 2014-05-0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기아자동차(000270)의 북미 신공장 건설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연내 착공해 2016년 이내에 완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새 해외 공장 건설을 위해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에 들어갔다. 큰 틀에서 북미를 새 후보로 정한 가운데 미국과 멕시코 등 북·중미에서 후보 지역 2~3곳을 고르고 있다.

기아차는 북중남미를 통틀어 연산 30만대 규모의 미국 조지아 공장 1곳만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2012년 8월 3교대제를 도입해 가동률을 100% 이상으로 늘렸으나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신형 쏘울, 신형 쏘렌토 등 북미 주력 모델이 연이어 투입되면서 물량 부족 문제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2월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을 방문해 현지 직원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기아차는 이르면 연내 멕시코 등 북·중미에 현지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 제공
3월 승진 안병모 부회장 주도.. 업계 “멕시코 유력”

가장 유력한 신공장 입지는 멕시코다. 실제 기아차는 미국 샌디에이고와 인접한 멕시코 티후아나 지역 등 구체적인 대상 부지를 저울질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안병모 기아자동차 부회장. 현대·기아차 북미 공장 건설에 모두 참여했던 ‘미국통’으로 올 3월 부회장 승진 후 신공장 건설을 비롯한 기아차 북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기아차 제공
멕시코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고 미국과 접한데다 미국·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로 묶여 관세도 없다. 또 여차하면 낮은 관세로 남미 시장으로도 수출할 수 있다. 멕시코는 내수 시장이 연 106만대(2013년)로 크지 않지만, 생산량은 293만대다. 닛산(68만대), GM(65만대), 포드(53만대), 폭스바겐(52만대) 등 주요 자동차 회사가 이미 이곳 생산을 시작했고 BMW도 올 초 연산 15만대 공장 신설 계획을 확정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월 “현대·기아차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63.5%로 혼다 94.8%, 도요타 68.8%, 닛산 75%보다 낮다”며 현대·기아차의 연내 해외 공장 신설을 전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올 3월 “기아차의 2016년 멕시코 공장 신설이 유력하다”는 리포트를 내놓은 바 있다.

기아차의 낮은 해외생산 비중도 신공장 건설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43%(2014년 1~4월 기준)로 업계 평균치를 밑돈다. 같은 그룹 내 현대차도 61%다. 그만큼 환율 위험이 크다. 2012년 6월 착공한 중국 3공장이 예상보다 빠른 올 3월부터 가동하며 해외생산 비중이 늘고 있지만, 이곳은 중국 현지 수요를 막기에도 바쁘다.

특히 올 3월 승진한 안병모 기아차 부회장 주도로 신공장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안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북미 공장 건설 때 준비 단계에서부터 실무에 참여해 온 ‘미국통’이다.

美·멕시코 잇따른 구애.. 기아차 “서두를 필요 없어”

현지에서도 기아차의 신공장 건설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멕시코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검토도 이뤄지기 전인 지난해 9월 이미 현대·기아차와 공장 건설을 협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개하는 등 압박에 가깝게 구애하고 있다.

미국의 구애도 만만찮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을 찾은 지난달 26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 재계간담회에서 “(한국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정 회장이 오바마 대통령을 따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실무진끼리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아차는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이다. 원·달러 환율 급락세도 일시적이란 전망이 우세한데다, 그룹 차원에서 판매량 확대보다는 ‘내실 경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 1분기에 미국 내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대형 세단인 K9(현지명 K900)을 미국 출시했다. 그러나 북미 지역 판매(딜러)사의 물량 확보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곧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멕시코를 비롯한 후보지를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중국 3공장이 예상보다 빠른 올 3월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므로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올해 중국 생산 목표인 63만대 이상 달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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