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부 소유인 우리금융도 내부에서 회장이 나오면서 KB도 그 어느 때보다 ‘순수 혈통’ 회장 배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던 게 사실이다. 한 직원은 “내부 출신이 회장이 되면 옛 국민출신이든 주택출신이든 채널 따지지 말고 진심으로 기뻐해 주자고 다짐했는데 아쉽다”며 “이제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KB직원들이 외부출신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는 ‘관치’에 대한 안 좋은 추억 때문이다. 정부가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순수 민간 금융회사임에도 김정태 전 행장, 황영기·강정원 전 회장과 어윤대 회장까지 정부와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사이 ‘열심히 일하면 나도 CEO가 될 수 있다’는 직원들의 꿈은 사라졌고 줄만 잘 서면 출세할 수 있다는 ‘KB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새로 생겼다.
조만간 불어닥칠 임직원 후속 인사는 임 내정자가 직원들의 마음을 얻을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지난 3년간 KB에 몸담고 있었던 임 내정자만큼 관료 출신으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사람도 없다. 그 누구보다 KB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을 임 내정자가 외압이나 ‘모피아’라는 꼬리표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KB가족’으로 안부터 챙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