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9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
통합진보당 사태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은 없다. 이달초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실·부정선거’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책임지고 경쟁 명부 비례대표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당사자 일부는 사퇴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해결책을 찾던 중앙위원회에서 급기야 당대표가 당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틈에 검찰은 ‘당의 심장’이라는 당원 명부를 압수해 갔다. 진성당원제를 근간으로 한다는 진보 정당의 당원은 검찰의 정치 사찰 가능성에 떨고 있지만, 이들이 뽑은 지도부는 여전히 ‘내가 옳다’며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쌍용차 사태는 모르는 이들이 많다. 77일 동안의 파업 끝에 쌍용차는 정리해고자 일부를 무급휴직·전직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안을 지난 2009년 발표했다. 이후 3년이 흘렀지만 복귀한 이는 없다.
강정마을 사태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국방부가 제주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 지역으로 선정하자 주민들은 찬성 36표, 반대 680표로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공사는 강행됐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곳을 찾아 “주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막아서는 퍼포먼스를 강행했다.
쌍용차 사태와 제주 강정마을 사태는 묘한 공통점이 있는 사건이다. 4·11 총선 이전 누구보다 열심히 이곳을 찾아 주민과 사건 관련자의 처지를 대변하겠다던 진보 정치인이 머물던 곳이다. 진보 정치인의 퍼모먼스를 믿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이들의 삶의 터전인 곳이다.
이른바 진보 정치인으로 자처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들이 돌아가야 할 곳은 과연 어디인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