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03일자 22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그렇지 않아도 겨울 비수기라 손님이 뚝 끊겼는데 취득세 추가 감면 혜택까지 끝나 매수 움직임이 전혀 없네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거래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작년 말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서둘러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면서 반짝 급증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올들어 크게 줄었다. 매수세가 급속히 위축된 가운데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2일 서울시 부동산 정보제공 사이트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의 아파트 실거래 현황(신고가 기준)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전체 151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5762건)대비 73.6%, 전년(5482건)대비 72.2%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꾸준히 월 평균 4900건 가량 거래된 걸 고려하면 하락폭이 큰 셈이다.
◇강남3구 ‘반토막’…집값도 ‘약세’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12.7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가장 수혜지역으로 꼽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강남지역의 지난달 거래량은 142건으로 지난해 12월 341건보다 58.3% 줄었다. 서초구는 107건으로 60%, 송파구는 129건으로 66.7% 각각 감소했다.
또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간간히 성사되는 등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반짝 상승했던 강남3구의 하락폭이 두드러진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는 0.3% 하락하며 작년 3월 이후 줄곧 내림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내 E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달 단지 통틀어 거래가 전체 2건 성사됐다"며 "전용 76㎡은 전달보다 평균 4000만원 내린 8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는데도 도통 거래가 안된다"고 말했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T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많이 내려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데도 거래가 전혀 안된다"고 푸념했다.
◇ 당분간 거래 부진 이어질 듯
통상 1월은 비수기로 분류된다. 다만 올해는 작년 말을 끝으로 취득세 감면 혜택까지 종료되면서 매수세가 더욱 위축됐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까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는 주택 취득 시 1%, 9억원 초과(다주택자)는 2%의 법정세율을 적용했지만, 올해부터는 각각 2%와 4%로 정상화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 부진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도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1,2월은 비수기라 거래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지만 올해는 취득세 감면 종료에 따른 영향이 두드러졌다"며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도 지지부진했던 사업장은 정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사업 진척이 느린 사업장 중심으로 매수세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는 백화점 세일이 끝나면 원래 제품이 비싸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최근에는 전세시장도 안정세를 보인 데다 서울시 부동산 정책 방향도 호재로 작용하기는 어려워 실수요자 중심의 매매전환이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