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1월 30일 17시 1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시계를 돌려 20년이 지난 한국에선 이제야 증권사들의 기업실사와 리스크 매니지먼트 능력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감독당국이 나선 회사채 제도개선의 기저에는 `제2, 제3의 LIG 사태`를 막자는 취지가 깔려있다. 지난해 LIG그룹의 후광만을 믿고, 별다른 위험공지 없이 LIG건설 기업어음(CP)을 판매한 증권사들에게 책임있는 매니지먼트 능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정보공개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없이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증권사들이 어느 정도 기업의 본질가치,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등급을 매길 때 제한된 정보접근권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현재 증권사들은 트랙레코드 쌓는데 치중해 `수수료 녹이기`를 할 정도로 회사채 인수와 증권사 수익은 별개인 상황이다. 수수료 녹이기란 실제 A기업의 유통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비싸게)로 회사채를 인수해, 좀 더 높은 금리(싸게)로 기관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으로, 금리 차에 따른 손실은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로 메우는 구조다.
여기에 적지 않은 비용 부담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사나 증권사 입장에서 안전하고 밀도높은 실사를 위해 로펌이나 회계법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수수료를 어떤 방식으로 분담할 지 여부가 정리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증권사들의 IB 역량 강화를 꾀하려는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남의 배`만 불릴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가운데 당장 크레딧 분석 등 발행사 실사업무를 위한 내부인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더욱 난감하다. 주관사들이 총액인수를 하게 되는만큼 청약미달이나 인수부담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수 여력을 충분히 갖춘 일부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채권발행시장이 재편되며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증권사의 기업 실사를 받게 되면 기존에 하지 않던 재무 관련 자료 제출이나 경영진 면담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량 기업은 그나마 완화된 기준에 따라 체크리스트 작성 수준으로 기업 실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비우량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사기준의 강화로 발행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실사절차가 늦어질 경우 신속한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서는 금리가 높게 결정되거나 계획된 자금을 모두 확보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LIG나 성원건설 사례로 인해 증권사들이 비우량 기업에 대한 회사채 발행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실사기준 강화와 주관사 총액인수 등 증권사들의 책임을 강화할 경우 이들 비우량 기업에 대한 회사채 업무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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