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외교안보 라인, 정보 라인 `경질론` 비등

  • 등록 2011-12-21 오전 6:00:00

    수정 2011-12-21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정보 당국과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북한 방송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경질론’이 비등하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김관진 국방, 김성환 외교, 류우익 통일 장관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대상이다. 김 위원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28일을 전후해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 정보·외교안보라인 "北발표 때까지 몰랐다"..공식 확인 원 국정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 "김정일 사망 사실을 북한 매체의 공식 발표 전까지 몰랐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권영세 국회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대북 정보 수집을 주된 업무로 하면서 북한 사정에 정통해야할 국가기관의 수장이 김정일 사망이라는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 김 위원장의 사망 인지시점에 대해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김 장관은 "현재의 국방정보감시체제로는 김정일 사망을 아는 것은 제한된 면이 있다"며 "정보능력을 키우고 확장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대북 채널을 갖고 있는 김성환 외교, 류우익 통일 장관도 김 위원장의 동선이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외교부와 통일부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공식 발표된 뒤 점심식사를 중단하고 허둥지둥 사무실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 "美·日이 몰랐다고 우리도 몰랐다는게 용서되나..원세훈 사퇴해야"

현 정부 들어 정보·외교안보라인의 대북 정보력 부재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올 들어 지난 5월 김 위원장의 중국 동북3성 방문 때도 정부는 출발 이후 5시간 동안 `3남 김정은이 동행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가 비판을 자초했다.   이에 따라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대북 정보력 부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 해당 인사들을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영세 정보위원장은 "김정일 사망이란 북한 최대의 사건을 파악하지 못한 국정원은 국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국정원 뿐만 아니라 기타 군 정보기관, 통일부 등은 영수증도 필요 없는 엄청난 대북 정세 비용을 국회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며 "최소한 서울시 부시장 출신으로 `비전문가`인 원 국정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사건 당일 파악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유·무선상에 여러 일들이 있었을텐데 정보당국, 외교안보라인이 사망 이틀째가 돼서도 동선을 전혀 잡지 못했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대북 정보력 부재의 원인으로 2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우선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 경색으로 남북 간 비상라인이 끊기는 등 북한에 대한 인적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정보 당국 내부에서 2009년 원 국정원장이 부임한 뒤 몇 차례 인사를 통해 대북 전문 요원이 상당수 물갈이 됐다는 점이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과 우리의 입장이 다른데 이들 국가가 몰랐다고 해서 우리가 용서받을 수 있겠나"라며 "다른 나라는 그렇다고 치고 우리 정보당국이나 외교안보라인이 전혀 몰랐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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