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마다 모두 한 가지씩 기쁘고 안타까운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에게 올해 시장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느낌을 말하라고 한다면 `한국시장이 진정한 세계 시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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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올해 시장은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그리고 미국의 양적완화라고 하는 굵직굵직한 글로벌 이벤트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올해 국내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에 주목한 쪽은 시장을 약세로 봤던 반면, 글로벌 이슈에 주목한 쪽은 세계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대응에 상승장을 점쳤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 증시 전망의 핵심은 올해 뚜렷이 나타난 한국시장의 글로벌화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지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국내증시로의 자금유입은 국내와 세계 시장과의 상관관계를 약하게 만들었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의 단절이 올 하반기에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미국 소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그동안 외면받았던 IT와 은행주가 4분기에 주도업종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년에도 미국 경제가 세계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상단은 미국의 성장 추세가 결정할 전망이다. 반면 시장의 하단은 중국의 긴축정책이 결정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특히 전 세계의 자금흐름이 아시아로 향하는 추세는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영향력이 내년 시장에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결국 외국인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 증시에서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의 플레이가 당분간 유효한 투자전략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국내자금의 증시유입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형 위주의 플레이는 2012년에나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주가예측은 신의 영역이다. 특히 단기전망일수록 더욱 어렵다. 그러므로 필자는 세계 제일의 투자자로 평가받는 워렌 버핏의 통찰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한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세계 제일의 투자자인 워렌 버핏은 뉴욕타임스에 `미국을 삽시다. 나는 사고 있습니다(Buy America, I am)`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은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버핏은 1783년 미국 독립 이후 미국경제의 성장에 베팅한 쪽이 언제나 승리했다는 긴 호흡을 선보인다.
그렇다면 내년도 증시를 볼 때 단기적인 주가의 흐름보다는 긴 호흡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에 베팅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주가는 성장과 꿈을 먹고 자라는 나무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한국기업의 성장에 배팅하는 것이 언제나 올바른 투자전략이 아닐까?
[이동섭 SK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