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있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를 사면서 자신도 그 속의 일원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업은 명품을 만들려고 애를 쓰며 명품은 다시 그 기업을 돋보이게 한다.
이데일리는 우리 기업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대한민국 대표명품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상품들의 위상과 현주소를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많은 명품탄생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지난 2004년초 현대차(005380)에 특명이 떨어졌다.
BMW X5, 렉서스 RX350 등 해외 유명 SUV와 겨룰만한 차를 만들라는 지시였다. 쏘나타와 그랜저로 세단 분야에선 어느정도 자리매김 했던 현대차였지만 점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SUV 시장에서는 이렇다할 자동차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곧바로 `EN`이라는 프로젝트팀을 구성, 럭셔리 SUV 개발에 착수했다.
EN 프로젝트는 26개월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그리고 2299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그 결과, SUV의 활동성·다목적성은 기본이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갖춘 새로운 브랜드 가치의 명품이 탄생했다. 바로 LUV(Luxury Utility Vehicle) 베라크루즈다.
애초부터 한국과 북미시장을 겨냥했던 터라 디자인은 미국디자인센터에서 개발이 이뤄졌고, 차 이름은 멕시코 고급 휴양지명을 따왔다. 성능면에서도 국내 최초로 독자개발한 V6 3.0 승용디젤엔진을 탑재해 240마력의 강력한 파워와 1등급 연비를 실현했다.
명품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킨 것이다.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판매기획팀 유지영 과장은 "베라크루즈는 개발 초기부터 SUV 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면서 "기존 SUV와 격이 다르다는 인식을 줘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 수입 경쟁차와 비교해서도 경쟁할 수 있다"면서 "SUV는 가격은 비싸지만 세단보다는 한단계 아래라는 소비자 인식을 깨는 것도 관건이었다"고 토로했다.
유 과장은 "초기 베라크루즈 광고를 보면, 경쟁사 SUV 담당자들이 베라크루즈를 보고 놀라워 하며 비상대책회의를 하는 컨셉"이라면서 "단순히 차가 도로를 달리는 광고컨셉에서 벗어나 색다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작년 10월 출시된 베라크루즈는 올해 9월까지 1만5643대나 팔리는 실적을 올렸다. 해외언론 반응도 뜨거웠다. 워싱턴포스트는 베라크루즈가 렉서스 RX350보다 성능, 인테리어, 안전도 등 모든 면에서 앞섰다고 극찬했다. 미국 자동차 권위지인 모터트렌드도 베라크루즈가 RX350보다 한수 위라고 평가했다.
특히 고급 SUV 구매계층을 적극 공략할 수 있는 VIP 마케팅을 적극 전개하고, 수입차와 비교해서도 우수한 성능, 품질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은 베라크루즈의 장점이 됐다.
출시 1년이 지난 요즘 마케팅의 초점은 성공한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컨셉으로 변경됐다. 감성을 부각시키는 쪽이라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성공, 그 다음 남자의 매력`이라는 광고카피가 대변하듯, 성공했으니 이제는 일보다는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베라크루즈를 선택하라는 솔깃한 제안이다.
유 과장은 "과거만해도 사실 그랜저 하면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도식화된 이미지가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그랜저와 베라크루즈의 소비자층이 일부 맞물려 있는 상황이지만, 베라크루즈는 그랜저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면서 명품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공정위 조치 부당하다"..반발
☞(특징주)현대차 급등..'애널리스트 호소 통했나'
☞현대·기아차 `납품단가 후려치기`..과징금 17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