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급락..고유가 충격 가시화

  • 등록 2005-08-13 오전 5:34:24

    수정 2005-08-13 오전 5:34:24

[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12일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이 하루만에 다시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66달러선을 넘어선 유가의 기세에 눌려 주말장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고조시켰다.

고유가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확대되고, 수입물가도 생각보다 더 급하게 오르는 등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눈으로 확인됐다.

휘발유값 부담으로 소비자심리가 시장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냉각됐다는 소식까지 가세하자 지수들은 일제히 낙폭을 확대했다.

세계 최대의 개인용컴퓨터 업체 델이 실망스런 실적과 전망을 내놓은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0.80%, 85.58포인트 하락한 1만600.31, 나스닥지수는 0.81%, 17.65포인트 떨어진 2156.90, S&P500 지수는 0.60%, 7.42포인트 내린 1230.39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낙폭이 세자릿수에 달했으며, 나스닥도 장중 하락률이 1.4%로까지 확대됐었다.

다만, 지난 한 주동안 다우는 0.4%, S&P500은 0.3% 올랐다. 나스닥은 1% 하락했다.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6억9757만주, 나스닥에서는 15억5192만주였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승대 하락종목 비율은 36대58, 나스닥에서는 34대61이었다.

◆유가 닷새째 사상 최고치..한때 67.1달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원유선물 9월 인도분은 1.61%, 1.06달러 상승한 배럴당 66.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7.10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한 주동안 유가는 7.3% 상승했으며, 올들어서는 53% 올랐다.

휘발유 선물 9월 인도분은 2.8% 상승한 갤런당 2.0048달러를 기록했다. 휘발유 선물이 2달러선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휘발유는 한 주동안 9.4% 상승했다.

천연가스 10월 인도분은 3.1% 상승했다. 이번 한 주동안에는 10% 올랐다.

미국 정유공장의 가동차질 문제가 석유제품은 물론 원유가격에까지 계속해서 상승압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유가 충격 가시화

8월중 미시간대학 소비자지수는 92.7을 기록, 전달보다 3.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96.0으로 소폭 둔화되는데 그쳤을 것으로 본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마켓워치 집계)에 못미치는 것이다.

AP통신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휘발유 가격이 너무 올라서 금전상 문제가 될 듯하다"고 답했다. 지난 4월 조사당시의 51%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진 것이다.

미국 운전자 서비스 회사인 트리플A 집계에 따르면 전날 현재 미국내 무연 보통 휘발유 소매 가격은 2.41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6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전달보다 6.1%, 34억달러 확대된 58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570억달러(마켓워치 집계)를 웃도는 것으로 원유가격 급등세가 주요인으로 풀이됐다. 무역적자가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에 3.4%로 예비집계됐던 2분기 성장률이 하향수정 압력을 받게됐다.

7월중 미국의 수입물가는 1.1% 급등했다. 역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0.7%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역시 고유가가 주요인이다. 6.6% 급등한 석유를 제외할 경우 수입물가는 0.1% 하락했다. 모든 연료제품을 제외할 경우 하락률은 0.3%로 3년반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시스코 이어 인텔, 델까지..기술주 대표주 연쇄 수난

지난 9일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회사 시스코가 실망스런 매출전망을 내놓은데 이어, 11일에는 세계 최대의 개인용 컴퓨터회사 델이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과 전망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마진율 악화우려로 투자의견이 떨어진 상태다.

델이 7.4% 급락했고, 인텔은 1.9% 하락했다. 시스코는 1.44%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33%, 아멕스 네트워킹 지수는 0.34% 하락했다.

델은 전날 정규장 마감후 발표에서, 2분기중 매출이 13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증가한 것이나,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137억달러에는 못미쳤다.

순이익은 28% 증가, 예상과 일치했으나, 전망에 문제가 있었다. 델은 3분기중 주당 39∼41센트의 순이익과 141억∼14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기대하고 있는 주당 41센트의 순이익과 146억달러의 매출에 못미치는 것이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고 마진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텔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하향조정했다. 반도체 업종 역시 밸류에이션 부담을 이유로 `중립`의견을 유지했다.

◆애플, 델 부진 덕에 52주 최고가

시장 전반의 부진과 기술주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애플컴퓨터는 4.8% 급등, 6개월만에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델컴퓨터의 제품단가 하락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자, 최근 단가와 매출량 양측면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애플컴퓨터의 장점이 부각됐다.

파이퍼 제프레이증권은 보고서에서 "아이팟 매출이 애플에 계속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가운데,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 매출도 아이팟 후광효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다우종목 맥도널드는 이날 4.2% 급락했다. 저평가된 맥도널드의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모펀드들이 맥도널드를 매집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전날 주가가 급등했었지만, 시장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소문`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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