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6일 예상대로 연방기금금리를 현행 1.25%로 유지했다. 그러나 통화정책 기조는 "경제둔화"에 무게를 두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FRB는 `통화정책의 목표는 균형`이라는 논리를 이용, 향후 몇분기 동안 미국의 경제 상황을 `경기`와 `물가`로 구분, 각각의 영역에서 위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린스펀은 경기 측면에서 하강 가능성과 상승 가능성은 엇비슷하지만, 물가 측면에서 경제에 해로운 디플레 또는 디스인플레 가능성이 인플레가 유발될 가능성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FRB는 `균형`을 위해 보다 가능성이 높은 쪽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경제의 약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금리인하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심리회복
FRB의 코멘트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첫째 부분은 이라크 전쟁 이후 경제 상황에 대한 개관이다. 둘째는 경기 하강과 상승 가능성, 셋째는 디플레와 인플레 가능성이다.
FRB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소비심리가 개선됐으며, 금융시장도 호전됐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는 신속하게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며, 통화정책도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경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디플레 경고
그린스펀이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밝혔듯이 미국의 경기가 확장하는 시기와 정도는 불확실하지만, 앞으로 몇분기 동안 경기 하강과 상승 가능성은 엇비슷한다는 것이 FRB의 생각이다.(over the next few quarters the upside and downside risks to the attainment of sustainable growth are roughly equal)
문제는 물가 측면에서의 경제 약화 가능성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는 인플레만큼이나 경제에 해롭다. 그린스펀은 디플레 가능성은 미묘하지만, 인플레가 유발될 가능성보다는 높다는 진단을 내렸다.(the probability of an unwelcome substantial fall in inflation, though minor, exceeds that of a pickup in inflation from its already low level)
이에따라 균형을 추구하는 통화정책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쪽에 맞춰져야하고 공개시장위원회도 미래에 경제가 약화되는 쪽에 무게를 뒀다는 것이 그린스펀의 설명이다.(The Committee believes that, taken together, the balance of risks to achieving its goals is weighted toward weakness over the foreseeable future.)
◇6월 FOMC 주목
HSBC증권의 미국 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모리스는 "연방기금금리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FRB는 즉각적인 금리인하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6월 회의때까지 낮은 성장과 낮은 인플레 지표가 나온다면 FRB는 금리인하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금리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증거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아메리칸인스티튜트의 연구원으로 FRB의 전 이코노미스트였던 에릭 엔젠은 "FRB가 인플레이션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을 더욱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가가 충분히 낮은 것은 좋지만, 물가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도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고를 보냈다는 것.
CIBC월드마켓의 이코노미스트인 에이버리 쉔필드는 "2002년 이후 고용시장 상황이 바뀌지 않고 있다"며 "현재 미국 경제는 금리인하와 감세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뿐 경제 자체의 모멘텀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