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연준에 중동 리스크까지…‘환율 1400원’ 불안 지속[주간외환전망]

지난주 환율 1년 5개월여 만에 1400원 돌파
다음주 美1분기 GDP·PCE 물가 발표 주목
FOMC 앞두고 ‘블랙 아웃 기간’ 돌입
이스라엘-이란 확전 리스크…국제유가 변수
국내 기업 분기 배당 ‘역송금’으로 상방 위협
환율에 우호적이지 않은 흐름…상단 1400원 이상
  • 등록 2024-04-21 오전 7:00:00

    수정 2024-04-21 오전 7:00:00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이번주 외환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지연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의 상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등 경제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미국의 낮아진 금리인하 기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동 전쟁 위험, 국내 기업의 배당 역송금 등까지 가세해 이번주 외환시장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에 환율은 1년 5개월여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된 영향이다. 이후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이어 한·미·일 공동 개입에 추가 상승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 후반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보복 타격을 실시하면서 환율은 다시 1390원대로 올라섰다.

美금리인하 시점 탐색 지속

사진=AFP
오는 25일 발표되는 미국의 1분기 GDP 속보치에 따라 달러 강세의 지속성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아틀랜타 연준의 GDP Nowcast에서 1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전분기대비 연율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한 소비 모멘텀이 미국 경기의 연착륙 방향성을 유지시키고 있다. 4월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전망에서 올해 미국 경기 성장률을 0.6% 포인트 상향 조정한 점을 고려한다면 견조한 1분기 성장 추세가 이어지며 달러 강세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 기준 주요 IB들은 평균 2.9% 성장을 전망 중이다.

26일 미국 3월 PCE 물가 지표가 발표된다. 컨센서스는 전년 동월 대비 헤드라인 PCE 2.6% 상승하고 전월대비로는 2.5% 상승이 예상된다. 근원 PCE는 전년 대비 2.7%, 전월 대비 2.8%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발표된 이후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이 후퇴해 있어,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높아지더라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번주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한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많은 위원들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발언을 내놓은 만큼, 다음 FOMC의 방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유로존의 4월 제조업과 비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나오는데 만약 이 수치가 시장의 기대를 하회한다면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높아지며 유로화 약세,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동발 유가 불안·배당 역송금

사진=AFP
주말 직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보복 공격을 실시했지만 ‘제한적인 공격’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란은 이스라엘이 추가 도발시에는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추가 보복이나 확전 양상을 띄고 있진 않은 상황이다.

금융시장에서도 중동발 국제전 양상 가능성은 낮으나, 이란의 재보복 전개시 국제유가 추가 상승 등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자칫 연준의 피봇(정책 전환)을 무산시키거나 글로벌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위험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의 분기 배당이 끝나긴 했지만, 이번주에도 배당 역송금으로 인한 환율 상승 우려는 남아있다. 지난주 30억달러 배당 송금이 이뤄졌고, 이번주에도 12억달러 정도가 남아있다. 다만 배당 규모가 지난주보다 적고, 배당일 전에 미리 환전을 하기 때문에 배당으로 인한 상승 압력은 지난주보다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상단 ‘1400원 이상’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에도 환율에 우호적이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는 만큼 상단은 1400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소재형 신한은행 연구원은 “세계 GDP와 원·달러 환율 상승률과의 상관관계를 감안하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은 7~8% 정도 환율을 끌어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중동 위험이 더 고조되면 1400원대 재돌파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환율은 1300원 중후반에서 박스권 등락을 전망한다”며 “미국의 견고한 펀더멘탈이 재확인되며 대외 달러 강세 압력이 잔존한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역시 단기 해소는 쉽지 않아,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원화 강세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는 주요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이 마무리돼 역송금 수요는 점차 잦아들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400원 내외까지 상승했지만 한국 외환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구두개입은 단기 환율 저항선을 만들 수만 있으며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 반전하기 위해서는 연준의 인하 시그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2분기 환율의 상단을 1420원으로 제시했다.

사진=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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