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영국의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 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국내의 행동주의 펀드 대상 기업 수 추이는 2020년 10곳이었지만, 2021년에는 27곳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49곳으로 뛰었다. 특히 올해에도 경영권 분쟁을 비롯한 기업구조 개선, 주주 가치 제고 등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는 모두 18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가 늘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목할만한 활동 중 하나는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피트너스(FCP)와 KT&G 간 충돌이다. 앞서 FCP는 KT&G 사장 후보자 선임과 관련해 “독립성이 없는 사람들이 그대로 사장 후보자로 나섰다”며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경우 2021년 완전한 경영진이 된 이후 영업이익이 30%가 떨어지는 등 전문성 측면에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내부인사’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선정하면서 정면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FCP는 KT&G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내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방 부사장의 사장 선임을 반대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7개 상장 금융지주를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JB금융지주 측에 이사회 이사 후보 5명을 검토해달라며 명단을 전달했다. 앞서 JB금융지주는 6개월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한 주주라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후보 주주추천 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이 같은 이사회 이사 후보 추천은 주주 환원 강화 방안 등 행동주의 캠페인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이데일리에 “현재 JB금융지주 측이 검토하고 있다”며 “이사선임과 관련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면 주주총회를 통해 관련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본시장 성숙계기…행동주의 펀드 활동 활발할 전망”
이밖에 최근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권리를 위임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내달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주주 제안했다.
지난해부터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소각 등의 의견을 전달한 KCGI자산운용의 활동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현대엘리베이터가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 등을 원안대로 가결한 것을 두고 KCGI자산운용이 반대 의견을 내고, 공개 비판했기 때문이다.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KCGI자산운용 측은 “현재로서는 기존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주주 환원율 50% 이상, 대주주의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계속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목소리의 힘이 실리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보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개별 기업 단위의 단기적 주주 가치 제고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이 보다 역동적이며 건전하게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주주총회는 무엇보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발한 활동이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