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가시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른 시일 안에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방침을 정했다. 휴진이나 파업 등 집단행동은 전 회원 전자투표로 그 시작과 종료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16일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전원이 오늘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내일부터 병원에서 이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내일부터 동맹휴학이나 그에 준하는 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로 인한 진료 차질은 이미 발생하고 있다. 병원들이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비해 입원과 수술 일정 조정에 나섰다. 그렇다고 의사들이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까지 고의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의료 인력에 공백이 생기면 응급 대응에 차질이 빚어져 환자 인명 피해가 초래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2020년 의사 파업 때는 부산에서 40대 위급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압도적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은 여러 설문조사로 확인됐다. 정부가 발표한 증원 규모 2000명은 미래 의료 수요에 대한 예측과 병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조사에 근거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 1년여 간 의사 공급 확대와 관련된 쟁점들을 놓고 의협 등 의사 단체들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 전공의 수련·근무 환경 개선,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위한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막무가내로 국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자기네 밥그릇만 소중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그제 TV 뉴스에 나와 “이번에도 정원을 늘리지 못하면 대한민국 의료는 미래가 없다”며 “정부가 의사 파업에 또 무릎을 꿇으면 의사들은 법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마따나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 더 이상 생떼가 통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