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우려에 실거주의무폐지 안된다?…전세가율 2017년후 최저수준

9일 국토위 법안소위 논의 가능성 높아
"갭투자·투기우려에 반대"…전세가율 2017년 이후 '최저'
'장위자이' 분양가=시세 '비슷'…'혜택' 사라지고 '의무'만
"무주택 실수요자인데 투기로 보기 어려워…폐지해야"
  • 등록 2024-01-08 오전 5:00:00

    수정 2024-01-08 오전 5:00:00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분양가 상한제 주택 청약 당첨자들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오는 9일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전세사기 피해와 갭투자 방지를 위해 야당이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과 무관한 정치적인 논리로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9일 국회 본회의 이전에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어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도 보류될 경우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2월 국회에 발의됐다. 정부 정책 발표로 시장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1년 이상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야당은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며 주택법은 그대로 두고, 시행령에서 조건부로 예외를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서울의 전세가율이 최저 수준이어서 갭투자 우려가 크지 않은데 실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전세가율은 47.2% 수준이다. 이는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지난 △2017년 64.68% △2018년 53.29% △2019년 49.86% △2020년 50.63% △2021년 50.2% △2022년 48.35%로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단기간 급상승했지만 전세기간에 묶여 있던 전셋값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같은 기간 서울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7억895만원에서 2023년 12억8770만원까지 올랐다.

특히 실거주의무가 도입된 2021년 2월은 주택가격이 최고점에 도달했던 시기여서 집값이 하락하면서 현재 주변시세가 당시 분양가 수준이거나 분양가를 밑도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매제한이 풀린 ‘장위자이 레디언트’ 분양가는 3.3㎡당 2834만원으로 당시 △59㎡ 7억1360만~7억9840만원 △84㎡ 9억570만~10억235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장위퍼스트아이’ 전용 59㎡가 지난해 12월 8억1000만원에 매매됐고, 전용 84㎡ 가 같은 해 9월 9억7000만~9억9500만원에 거래됐음을 감안하면 시세 차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 혜택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의무만 부과하는 형국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국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 규제를 받게 된 아파트는 전국 66단지, 4만3786가구에 달한다. 실거주의무폐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분양권을 되팔 순 있지만 실거주 의무 때문에 집을 팔 수도 전세를 놓을 수도 없다.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의무폐지 미통과로 거래절벽이 공고히 되는 동시에 전·월세 시장 공급 감소로 시장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예상된다. 이는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과거 입주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1년(2만336가구)보다도 절반가량 줄었고, 올해(3만2795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며 “실거주의무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거래절벽 현상이 더 공고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가 잘 안되고 있어)실거주 의무 때문에 잔금을 치르려고 전세금을 빼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거주 의무는 주택시장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폐지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막아 큰 혼란을 야기할 것”라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실거주의무폐지를 반대하는 이유가 갭투자로 인한 투기 우려인데 분양받은 사람들 대부분 무주택 실수요자기 때문에 투기성 수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최근 집값 하락으로 인해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해진 단지들은 분상제 적용 혜택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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