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대의 정원 수요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발표 연기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전국의 의대라고 해봐야 40곳에 불과한데 시간이 왜 그렇게 많이 걸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무슨 심층분석이라면 모르겠으나 의대가 제출한 정원 수요를 합산하는 단순한 작업이 그렇게 어려울 리 없다. 추측건대 정부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의대 정원 확대에 극력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눈치를 보며 각 의대를 상대로 정원 수요를 놓고 협상에 나선 것이 아닌가 싶다.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수요 조사 결과 발표를 ‘정원 확대를 위한 여론몰이’라고 주장해온 것을 정부가 의식했음직하다.
의사들의 주장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다. 전체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과 수도권 의사 쏠림 등의 현상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 공급 확대는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7%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 수요 조사 결과도 얼른 내놓지 못할 정도로 의료계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의료계의 직역 이기주의가 의료 개혁을 좌초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의사들도 하루빨리 의대정원 확대논의에 참여해 전향적인 안을 도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