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신 후 보험계약 해지를 요청했는데, 보험사에서 귀찮게 서류를 내라고 하네요.” (민원인 B씨)
금융 관련 민원이 쌓이면서 민원 처리를 맡은 금융당국은 물론 민원을 넣고 평균 50일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소비자의 피로감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험은 실제 사례인 A씨, B씨와 같이 단순 불만, 문의성 민원이 빗발치는 ‘민원 처리 적체 구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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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지난해 금융민원 평균 처리기간은 49.3일로,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 18.2일에서 2019년 24.8일로 1년 만에 6.6일이 증가했고, 이어 △2020년 29.0일(4.2일 증가) △2021년 41.2일(12.2일 증가) △2022년 49.3일(8.1일 증가)을 기록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 민원 처리기간은 3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민원은 2만5034건으로 전체 금융민원(4만8506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소비자 대상 서비스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업무 중 민원·분쟁조정은 61.6점으로 1년 전에 비해 10.1점이나 떨어졌다.
보험업계만 민원 내용의 경중 없이 금감원이 모두 접수·처리하고 있다. 직접 민원·분쟁처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와 여신금융협회와 달리 민원이 가장 많은 보험업계의 경우 관련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주로 보험 민원은 협회에서 처리하고 있다. 일본은 협회 산하에 ‘지정분쟁해결기관’을 따로 두고 보험사와 해결하지 못한 민원들을 받고 있다. 독일은 권역별로 ‘보험옴부즈만협회’를 설립해 금융회사가 처리 못 한 소비자 민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융업계 안팎에선 분쟁 소지가 적은 민원은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의 감독역량 집중을 위해선 쌓여가는 민원 상황에 맞는 ‘한국형 보험민원 처리 프로세스’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해 보험 관련 단순 민원을 협회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움직임을 시작했다”며 “금감원에 집중된 민원을 분산시켜 민원처리 기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분쟁민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민원처리 속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봤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협회가 소비자 민원을 처리하면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기존 입장은 여전하다”면서도 “다만 워낙 보험민원의 규모가 커서 협회가 단순민원 처리에 대한 감시 통제 기구 마련 등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단순민원 처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