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잔뼈 굵은 곳에 베팅'…초기투자 영역 넓히는 국내 VC들

업력과 매출 모두 잡은 기업에 초기투자하는 VC들
알토스벤처스, 지난해 노티드 운영사 GFFC 초기투자
스마일게이트인베, 업력 12년차 보백씨엔에스 베팅
뉴패러다임인베도 6년차 엘에스바이오에 초기 투자
  • 등록 2023-08-18 오전 4:28:52

    수정 2023-08-18 오전 4:28:52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흔하진 않지만, 업력도 있고 매출도 꾸준히 발생하는 이른바 ‘초기답지 않은 기업’에 초기 투자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죠.”

최근 만난 국내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투자 심사 허들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초기 투자에 대한 벤처캐피털(VC)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초기 스타트업간 ‘지표 경쟁’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 투자사들은 확실한 경력을 바탕으로 비전을 선보이는 초기 스타트업 외에도 업력과 매출을 모두 갖춘, 일명 ‘잔뼈 굵은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도 활발하게 검토·집행하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 초기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받은 후 이를 기반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하지만 수년 간 적자를 지속하는 등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종종 받았고, 벤처투자 시장에 혹한기가 불어닥친 현재는 이러한 스타트업 성장 공식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예전처럼 미래 성장 가능성과 젊은 패기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운 시장이 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VC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장성과 비전을 갖춘 초기 기업에 이어 업력과 매출을 두루 갖춘 바이오·제조·물류 분야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 또한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노티드 도넛과 다운타우너로 이름을 날린 GFFG가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 알토스벤처스와 쿼드자산운용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GFFG는 푸드&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플랫폼 기업으로, 노티드와 다운타우너, 호족반 등 다수 외식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투자 당시 설립 7년차였던 GFFG는 전년도 매출 700억원을 기록하며 2배 가량의 매출 성장을 달성한 상황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러한 유형의 투자는 종종 포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기술력과 업력, 긍정적인 매출 흐름 덕에 기업가치 1000억원을 인정받고 초기 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나왔다. 주인공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올해 초기 투자한 2차전지용 절연제 및 셀 생산업체 ‘보백씨엔에스’다.

보백씨엔에스는 지난 2012년 경북에 설립된 업체로, 전기차 배터리 폭발 방지를 비롯해 안전에 최적화된 인슐레이터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초기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기에 흔하지 않은 조건을 갖추고 첫 외부 투자를 유치한 특별한 사례”라며 “시장 성장성과 회사의 기술력은 물론이고, 업력과 그간의 매출 흐름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TS인베스트먼트 자회사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도 최근 건강기능식품 연구·개발(R&D) 전문 ‘엘에스바이오’에 프리A 투자를 마쳤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엘에스바이오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 혈관계·대사질환 개선용 천연발효물질을 개발한 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사 ‘메디프론’ 대표이사를 역임한 인물이 이끌고 있다. 회사는 수년간의 연구를 거쳐 고유 발효기술 및 전환기술을 개발, 천연생약성분을 한방공법으로 가공한 LS-1000을 독자 개발했다.

국내 한 VC 대표는 “탄탄한 성장지표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것이 원래 교과서적인 투자”라며 “계획서 한 장만 가지고 초기 투자 확정받는 일은 드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흔하지는 않으나, 수년간 자체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다가 기업공개(IPO) 준비 등의 이유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곳도 몇몇 있다”며 “회수 전략을 짜야 하는 투자사 입장에선 업력과 매출, 기술력이 모두 뒷받침되는 기업에 투자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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