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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친소 사연>
어머니는 올해 78세십니다. 어머니는 또래에 비해서도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시죠. 18살에 농사짓는 아버지에게 시집와 6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농사일을 해오셨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고된 농사일보다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입니다. 항상 술의 힘을 빌려 일을 하던 아버지는 만취 상태에서 어머니를 폭행했습니다. 말 한마디마저도 욕지거리를 섞어서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저와 동생들을 낳고 키우고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까지 다 보내신 어머니는 ‘자신이 할 도리를 다했다’고 하십니다. 이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은 제발 아버지의 폭력 없는 평온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고요.
하지만 이혼을 생각하며 사신 분도 아니니, 아버지의 폭행으로 상처를 입어도 그냥 집에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녹음할 줄 모르니 아버지의 폭언도 증거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실 수 있을까요.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있듯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들일수록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된다는 생각으로 참고 사셨습니다. 본인의 이혼이 자녀들에게 걸림돌이 될까 염려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이 더 이상 결함이라 볼 수 없는 시대이고 본인이 염려하던 자식들도 모두 가정을 이룬 후에는 혼인 생활을 정리하고자 변호사 상담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황혼 이혼은 주로 어떤 사유로 이뤄지나요.
△가장 흔한 경우가 가부장적인 남편의 고압적인 결혼생활 태도, 혼인기간 동안 계속된 폭행에 장기간 노출되면 욕설을 섞어 대화하는 점 등이 있는데요. 폭력과 폭언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 물건을 집어던지는 정도는 가벼운 것이니 폭행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아내가 혼인 직후부터 경제권을 독점하고 남편의 월급 때문에 혼인 생활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살아온 분들도 계십니다. 아내와의 부부로서의 교류는 일체 거부한 채 남처럼 살아온 것을 더는 참을 수 없어 퇴직 후 이혼을 원하는 남편들도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 폭언, 폭행의 증거가 없는데 혼인 파탄의 귀책은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요.
△특히 노년층의 황혼 이혼에서 이런 경우가 많은데요. 사연자의 어머니도 ‘이혼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게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혼을 준비하려면 남편의 폭언을 녹음하고,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입게 되면 즉시 병원에 가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는 등 상대방의 폭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재판부에 당사자의 입장을 어떻게 전달하면 되나요.
△직접 증거로 증명하는 것도 있지만, 이혼소송 절차에는 ‘가사조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사조사는 이혼소송이 시작되면, 재판장의 명령으로 가사조사관이 분쟁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 현재의 갈등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혼인 생활에 걸친 사실을 조사합니다. 만약 미성년 자녀가 있어 친권, 양육권을 누가 가져갈지를 다툰다면, 양육환경 조사라고 하여 자녀를 양육할 장소를 미리 조사하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실시하고 사안에 따라 1~3회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당사자는 법원에서 정한 날짜에 법원에 출석해 가사조사관과 함께 대화하면서 혼인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가사조사관은 보고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하는데요. 가사조사는 판사가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는 것이니 꼭 출석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것이 소송 진행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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