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16년 5월17일 새벽 1시5분께. 서울 서초구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있는 건물 화장실에서 23세 여성이 피살됐다. 피해자는 그 건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 김성민.(사진=연합뉴스) |
|
범인은 근처 식당에서 일하던 김성민(당시 34세)이었다. 김은 전날 밤 11시42분쯤 건물에 숨었다. 품에는 식당에서 훔쳐온 흉기를 품고 있었다. 김은 화장실을 지켜보고 서 있다가 피해자가 나타나자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을 저지른 김은 이튿날 경찰에 붙잡혔다. 식당에 출근하는 길이었다.
조사 결과 김은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였다. 건물에 숨어서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화장실에 남성 6명이 출입했다. 여성은 피해자가 처음 출입했다. 남성은 가만두고 여성 피해자를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처음 붙잡힌 김은 범행 동기로 “여성에게 무시당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여성 혐오 범행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묻지마 범죄’로 결론냈다. 혐오 범죄는 특정 집단에 편견을 가진 것이 범행 동기가 되는데, 이 사건은 피해망상에서 비롯했기에 다르다는 것이다.
김은 평소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받는다고 여겨왔다. 한 여성이 자신을 음해해 일하던 식당에서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한번은 식당에 지각했는데, 여성들이 지하철에서 일부러 자신의 진로를 방해한 탓으로 여겼다. 범행 이틀 전에 한 여성이 자신에게 담배꽁초를 던진 데에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에서 김의 진술이다.
피해망상은 정신분열증에서 비롯했다. 김은 이 병을 진단받고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네 번에 걸쳐서 모두 19개월 동안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범행을 저지르기 넉 달 전에 퇴원하고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 증상이 악화한 상황이었다.
|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 현장.(사진=연합뉴스) |
|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사건을 계기로 ‘여성 폭력’에 저항하는 물결이 일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추모를 불편하게 여겼다. ‘남성 혐오’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추모 시민과 추모를 반대하는 시민이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극심한 남녀 갈등이 불거졌다.
강남역 갈등을 뒤로한 채, 김에 대한 재판은 ‘심신 미약 범행’을 전제로 진행됐다. 정작 김은 법정에서 “건강하다”며 조현병을 부인했다. 법정을 취재하는 언론을 보고서는 “내가 인기가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1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되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었다. 현행법상 남녀 화장실은 구분해야 한다. 다만 일정 면적 이하 건물은 예외이다. 해당 건물이 여기에 해당했다. 협소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는 취지인데,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후 정부는 예외를 적용받는 건축면적을 더 줄였다. 그러나 이미 남녀 공용인 화장실을 구분하라고 강제할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