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연설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국빈’으로 방문한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4분간 기립해 박수를 보내며 예우를 표했다. 연단에 올라서도 기립박수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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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직인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도 연단 뒤에 서서 윤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매카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자, 기립박수가 중단됐고 연설이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초반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인 데인 웨버씨를 호명했다. 그러자 장내에 있던 500여명의 미 국회의원과 보좌진, 참관인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에 웨버씨는 가슴에 손을 얹고 목례하면서 감사함을 표했다.
이날 43분간 진행된 연설 도중에는 기립박수 23번을 포함해 총 56번의 박수가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기립박수 도중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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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미 의원들은 일동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일부 의원들은 “Yes”, “True”라고 외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했을 때에도 미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는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자 다시 한번 환호성일 울려퍼졌다. 일부는 “Mr. President Yoon”을 외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이었던 만큼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시작됐고, 민주주의의 산실로 꼽힌다. 그런 국가에서 유창한 영어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각각 46번, 18번 언급한 것이다. 이는 대선 후보시절부터 자신을 의회민주주의자임을 자처해온 것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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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은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삼권분립이 철저하며 의회민주주의가 제일 잘 발달된 나라다. 미 의회의사당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워싱턴 기념탑’, 제16대 대통령으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는 불멸의 명언을 남긴 (에이브러햄) 링컨 기념관이 일렬로 이어져 있다. 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때 의회의사당에서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 기념관을 바라보고 취임 선서를 한다.
반면 백악관은 워싱턴 기념관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건물도 의회에 비하면 크지도 않다. 그만큼 삼권분립이 철저하고 입법기관인 의회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공화당 각 두분씩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며 “BTS가 저보다 백악관을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네요”라고 말하자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은 “탑건, 어벤져스와 같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사랑을 받았다”며 “저 또한 탑건 매버릭과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미션 임파서블 언급은 당초 원고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영어 연설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설이 끝난 뒤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의원들과 악수하며 한동안 본회의장에 머물렀다. 연설문에 사인을 해주거나 의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올해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양국이 전날 국빈 만찬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건배사처럼 향후 ‘170년 이상’ 함께하길, 또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그 촉매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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