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 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17년 약 46만 명에서 2021년에는 60만 명을 넘어섰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017년 약 18만 명에서 2021년 30만 명으로 증가했다. 정상인이 뇌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겨 치매를 앓는 경우는 1~2% 정도,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10~15%가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은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 뇌가 퇴화한다 하더라도 바로 치매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건망증 증상을 보이다가 심각해지면 경도인지장애를 보이게 되고,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지나게 되면 치매가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 경도인지장애, 심각성 못 느껴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망증이 생기면 혹시 치매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치매가 건망증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건망증이 있다고 모두 치매가 되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건망증은 힌트를 들으면 잊어버렸던 내용을 기억해 내고 시간과 장소, 상황과 환경을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인 지남력과 판단력 등이 정상이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다. 기억력이나 인지능력, 계산능력, 언어능력은 떨어지지만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주로 본인만 느끼고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주변인이 인지장애를 인지하더라도 일상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실제 대한 치매학회가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경도인지장애 용어 자체를 모르며, 7명 이상은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평소 적극적인 검사와 관리로 치매 예방
일반인이 기억력 저하 같은 몇 가지 증상만으로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구분하긴 어렵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의심된다면 병원에 방문해 검사 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매 검사는 우선 5~10분 정도의 간단한 선별검사(CIST)를 실시한다. 또 인지 기능 검사를 통해 나이와 학력, 성별 똑같은 조건에서 100명 중 85등 이하는 치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뇌 MRI와 CT 등 뇌의 형태를 보고 치매의 종류를 진단하기도 한다. 신체 상태를 확인하는 혈액검사 등 대부분 세 가지 검사를 진행한다. 가벼운 증상이나 의심만으로 모든 치매 검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만 60세 이상이라면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조기검사를 받아볼 수 있어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박정훈 센터장은 “경도인지장애가 있더라도 조기 치료를 잘 받으면 이 중 25~30%는 정상적인 인지 기능으로 회복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술과 담배가 치매에 나쁜 영향을 줘 음주는 2.8배, 흡연을 5배나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 그래서 술과 담배는 멀리하고,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치매의 원인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또 평소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해주면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균형 잡힌 식습관도 중요해 고지방 식품보다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을 골고루 섭취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뇌를 자극하는데 손과 얼굴의 힘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치매 예방을 위해 손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 사용, 악기 연주, 미술활동 등 취미생활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