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시장에서는 수많은 주주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상장사 인수는 일반 기업과 비교해 인수가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있다. 인수에 성공만 하면 확실한 이슈 몰이로 시장 열기를 견인하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최근 일어난 상장사 인수를 남다르게 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모두가 상장사 인수를 꺼리는 틈을 비집고, 공격적인 인수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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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자본시장을 흔든 빅딜은 오스템임플란트(048260)와 에스엠(041510)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부터 오스템임플란트 인수건으로 불씨를 지피더니, 1분기 끝자락 에스엠(041510)을 둘러싼 인수 경쟁이 불붙으면서 열기가 달아올랐다. 두 회사 모두 이름값 높은 코스닥 상장사인데다 공개매수를 활용해 경영권 인수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는 의견이다.
오스템임플란트와 에스엠 바이아웃이 자본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 상장사 투자를 꺼리던 분위기를 보기 좋게 깨트린 사례기 때문이다. 당시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국내외 경제 환경 악화에다 물가를 잡겠다며 치솟기 시작한 금리를 예의주시했다.
국내 증시도 마뜩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면서 주가와 연동하는 회사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사수하기 녹록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주가 피로감에 상장사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대형 M&A가 이뤄진 이들 상장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주가 저평가를 외치면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던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3대 주주로 등극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던 상황이었고, 에스엠도 얼라인 파트너스가 1%대 주주로 등장하며 해묵은 회사 수익 수취 관행에 문제를 지적했다. 일반주주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는 시기를 ‘하나의 터닝포인트’로 삼고 거대 자본을 투입해 인수 의지를 피력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오스템임플란트와 에스엠 모두 공개매수를 적극 활용해 인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이정표를 세웠다. 상장사 인수에 장애물로 꼽히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일치를 공개매수를 통해 실현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자본시장 새 바람으로 떠오른 일반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챙겨주기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공개매수로 인수에 대한 명분도 챙기고 공정 인수라는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어 인수 전략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개매수 활용 상장사 인수…이후 전개에 관심
시장의 관심은 공개매수를 활용해 인수에 성공한 새 주인의 차후 행보에 쏠린다. 우여곡절 끝에 상장사를 인수했지만, 해당 매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도 시장에서도 관심을 두는 부분이다.
상장사 포지션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냐를 두고도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지분 90% 이상을 목표로 2차 공개매수에 나선 상태다. 사실상의 상장폐지를 염두에 둔 공개매수여서 상장폐지 확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에스엠도 최대주주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간 향후 관계 설정에 이목이 모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잠재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노리는 상황이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사 합병 방안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에스엠을 통해 우회 상장을 하는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목할 점은 상장사 인수 이후 인수 주체들의 활용법이 각자 다르다는 데 있다”며 “향후 상장사 활용 방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시장 평가나 분위기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