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마이어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경제학계 최대 행사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3’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전쟁 이후 각종 제재로 러시아의 수출이 줄고 있고 항구 폐쇄로 우크라이나의 수출 역시 제한받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경제에서 각각 에너지와 식량에 대한 비중이 큰 두 나라에서 공급이 줄면,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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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發 국제무역 관계 붕괴”
마이어슨 교수는 200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석학이다. 게임이론의 대가인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 여파에 대해 관심을 보여 왔고, 이번 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재건’ 세션에 참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중 패권 경쟁과 함께 올해 AEA 행사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지정학 의제였다.
마이어슨 교수는 더 나아가 “전쟁은 파괴적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는 신뢰할 수 있는 국제 무역 관계의 붕괴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중 갈등과 마찬가지로 세계화를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마이어슨 교수는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하며 영토 수복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러시아에 저항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세계를 훨씬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인) 2014년과 비교해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며 “당시 우크라이나는 중앙집권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지방분권이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의 1400여개 커뮤니티에서 직접 선출한 지역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잘 견디고 있는 원동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후 재건시 마셜플랜 교훈 얻어야”
마이어슨 교수는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군사 지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선전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무기 등 군사비 지출은 미국 안보 예산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어슨 교수는 “마셜플랜의 교훈은 해외 국가들의 지원이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EU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발전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받은 원조액 규모는 약 320억달러(약 40조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EU의 비중은 25%를 기록했다. 미국(40%)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그는 아울러 “(이번 러시아에 대한 저항 때처럼 전후 복구 과정에서도) 지방정부가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저 마이어슨 교수는…
△1951년생 △미국 하버드대 학사 △하버드대 응용수학 석사·박사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