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이집트 일가족, 난민 지위 인정됐다…법원 "귀국 시 박해 가능성 있어"

민주화 시위 참여했다 구금·고문…2018년 한국 입국
난민인정 신청 냈지만 불인정…주장 인정 안돼
행정소송 거쳐 3년 만에 난민 지위 '인정'
  • 등록 2022-12-11 오전 9:00:00

    수정 2022-12-11 오전 9:00:0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불법구금·고문을 당해 한국으로 망명온 이집트 난민 일가족이 법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8년 9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경기이주공대위 등이 주최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에서 난민 상황에 놓인 한 이집트인이 한 활동가가 손을 잡아주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A씨 일가족 3명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등은 2018년 5월경 관광·통과(B-2)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이들은 난민인정 신청을 냈지만, 2019년 1월 난민불인정 결정 처분을 받았다. 난민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 1조 등에 따라 ‘박해를 받게 될 거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불법구금·고문을 당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11~2014년 이집트 대통령 무바라크의 퇴진 등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것을 이유로 2017년 안보국 요원들에게 체포돼 불법 구금시설에서 감금·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해 거짓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구치소에 구감됐다 보석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된 뒤, 지인이 다시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자 2018년 2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이집트를 출국했다고 한다.

A씨 등은 2019년 2월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처분에 불복해 법무부장관에 이의신청했다. A씨 등은 2020년 2월 이의신청 기각 통지서를 받자 법원을 찾았다.

법원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 A씨 등에 대한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체포와 구금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에 제출한 미결구금명령서·경찰과 검찰 조사록 등을 살펴보면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며 “원고들이 난민면접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안보국에 불법 체포·구금된 사실 등을 일되게 진술하고, 문서들이 위조됐다는 사정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출국경위에 대한 설명이 일관되지 않고 형사사건 경과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진술 신빙성 전체를 부정할 수 없다”며 “원고는 본인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뒤 체포돼 불법 구금되고 고문당해 박해를 경험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집트로 돌아가면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진 사람으로 난민 인정을 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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