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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단명’ 트러스, 44일만에 사임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보수당으로부터 선출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찰스3세 국왕에게 사임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은 일단 다음주 중으로 원내 경선을 통해 차기 총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오는 28일까지 당 대표 선출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며 “전체 당원 투표를 하지 않고 보수당 의원들의 투표로 후임자를 뽑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러스 총리가 뽑혔을 때처럼 전체 당원 투표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불과 44일 만에 총리직을 내려놓게 됐다. 역사상 가장 짧은 재임 기간이다. 직전 기록은 1827년 취임 119일 만에 사망한 조지 캐닝 전 총리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의 상징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로 ‘철의 여인’을 꿈꿨다. 대처 전 총리는 1979년 집권 당시 ‘영국병 해소’를 모토로 걸고 재정 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등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한 대처리즘으로 명성을 떨쳤다. 트러스 총리는 이에 맞춰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며 경제 성장세 회복을 모색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는 와중에 감세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은 영국 자산들을 오히려 투매했고, 이번에는 영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할 것이라는 공포까지 만연했다. 그는 그 이후부터 사실상 총리직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다.
트러스 총리는 대다수 감세안을 유턴하고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까지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끝내 정치적인 신뢰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날까지 총리 불신임 서한을 제출한 보수당 의원은 17명에 달한다.
브렉시트發 정치·경제 대혼란 여전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초단기 낙마에 차기 후보군 자체가 불투명한 탓이다. 트러스 총리와 직전에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의 이름이 나오지만, 현재 정치·경제 대혼란을 수습할 만한 인사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까지 하마평이 돌 정도로 혼돈 그 자체다.
노동당 등 야당들은 이 기회에 총선을 통해 차기 총리를 뽑자고 주장하고 있다. 분열된 유권자의 민심을 직접 들어보자는 것이다.
트러스 총리의 사임 소식 이후 파운드화 가치는 소폭 올랐다. 이날 파운드·달러 환율은 1.1335달러까지 상승했다(파운드화 강세·달러화 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