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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경동나비엔(009450)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 회사 김택현 해외영업부문장은 “난방과 온수는 우리 생활에 필수다. 국내는 물론 진출하는 나라마다 현지 소비자 요구를 고려한 최적의 제품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발 빠르게 현지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보일러 1위 경동나비엔은 현재 30여 개국에 보일러와 온수기를 수출 중이다. 특히 북미와 러시아 지역에서는 유럽과 일본 등 경쟁사들을 제치고 보일러·온수기 부문 1위 자리를 이어간다. 경동나비엔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보일러·온수기 수출 중 88.2%를 점유했다. 경동나비엔이 보일러·온수기 수출을 사실상 도맡아 하는 셈이다. 지난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64%에 달했다.
김택현 부문장은 “국내 보일러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교체 물량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는 수준이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성장을 이끌어갈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했다. 이를 해외 시장 공략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해외 시장만이 살길’이라고 보고 철저한 해외 현지 시장 조사를 통해 현지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미 지역이다. 북미 지역은 가스 배관이 오래되고 구조상 가스압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높은 가스압을 필요로 하는 순간식 온수기에 적합하지 않다. 순간식 온수기를 사용하려면 별도 배관공사를 거쳐야 하는 탓에 시장 안착이 어렵다.
김 부문장은 “‘배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북미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배관을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낮은 가스압에도 정상적으로 순간 온수가 가능한 2세대 제품 ‘NPE’를 현지에 출시했다”며 “이 제품은 북미 시장에서 ‘스노우볼’(사소한 차이로 큰 차이를 만들어 게임을 풀어내는 것)로 불리며 ‘게임체인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김 부문장은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소비자가 보일러 가치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그는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쾌적한 난방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위생이 강조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온수 품질 관심 역시 증가했다”며 “이러한 흐름에 따라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 각지에서 보일러·온수기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1조 1029억원 매출액을 기록,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경동나비엔은 탄소중립 공감대가 확대하는 등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향후 콘덴싱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김 본부장은 “가스보일러 보급 초기부터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한 콘덴싱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1988년 아시아 지역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를 출시했다”며 “오랜 기간 확보한 친환경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청정환기, 3D(3차원) 에어후드 등 공기질 관리를 위한 신사업도 추진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 ‘쾌적한 생활환경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