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 어드바이저 스타트업, 왜 증권사에 200억 베팅했나

김영빈 파운트 대표 인터뷰
포스증권 2대 주주로…“연금 시장 방점”
“기술 혁신 통해 비용 구조 혁신 가능”
PB서비스·수수료 시스템 개편 등 계획
“투자는 긴 싸움, 장기투자·저렴한 비용 중요”
  • 등록 2022-03-15 오전 4:20:00

    수정 2022-03-15 오전 6:39:2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파운트의 궁극적인 방향성은 장기투자입니다. 연금 시장이 대표적이죠. 한국포스증권은 퇴직연금사업자로서, 가장 수수료가 저렴한 ‘S클래스’ 펀드를 판매합니다. 그동안 수익 창출은 아쉬웠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해 모든 사람의 경제적 자유 실현을 돕는 것, 이런 철학이 서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파운트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포스증권 투자 배경을 이처럼 설명했다. 파운트는 이달 제3자배정증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국포스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 투자금 750억원을 끌어모은, AI(인공지능) 투자 스타트업이 ‘만년 적자’ 온라인 펀드 판매 특화 증권사에 200억원을 투자한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한국포스증권(구 펀드온라인코리아)은 다양한 펀드 상품의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 시키자는 취지로 자산운용사 등이 출자해 2013년 설립됐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사진=파운트 제공)
하지만 핀테크 기업인 파운트의 IT기술력과 금융 전문 역량을 활용하면 비용 구조 혁신이 가능하다고 김 대표는 내다봤다. 현재 파운트, 포스증권, 포스증권의 최대 주주인 한국증권금융이 업무제휴를 통해 디지털금융 협력위원회를 구성한 단계로, 추후 연금 담보 대출, 로보 랩 상품 등 고객의 목소리를 담은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연금 시장은 향후 10~20년을 봐야 한다”면서 “값싼 수수료와 양질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모이면 장기적으로 회사와 고객 모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비결은…“일확천금 보단 꾸준한 수익률”

파운트는 2015년 설립된 로보 어드바이저 핀테크 회사다. 한때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범람했다 자취를 감췄지만 파운트는 관리 자산 1위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당시 큰 돈을 벌어준다던 회사들도 많았지만, 파운트는 예나 지금이나 생업이 바쁘거나 예적금 중심 고객들에게 꾸준한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률 추구를 강조한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은 게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투자자 성향과 투자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파운트는 대체로 적립식 3년, 거치식 5년 기준 연 평균 7~8%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과 같은 강세장에선 매력적인 수익률이 아닐 수 있으나, 요즘 같은 약세장에선 다르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전쟁은 데이터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브렉시트, 코로나19 등 돌발 변수들은 그동안 수차례 등장했다.

김 대표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최근 단기 수익률은 상당 부분 손실”이라면서도 “단기채 등 안전자산을 확보해 낙폭을 방어하는 등 적절한 대응으로 고객의 자산을 잘 지켜나간다면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얻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인 2020년 상반기나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지난해 하반기처럼 한바탕 ‘파도’가 지나간 후 고객 유입에 속도가 붙었다. 파운트는 리스크를 분산해 꾸준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는 오를 때 덜 오르더라도 빠질 때 덜 빠지는 뜻이다. 시장이 흔들린 다음에 ‘꾸준함’의 소중함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비슷한 맥락으로 지난해 10월 뉴욕증시에 상장시킨 메타버스(MTVR)·구독경제(SUBS) ETF를 바라봤다. 자체 개발한 지수를 추종하는 테마형 ETF로, 이후 성장주 조정으로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구간에 있다. 장기 성장성의 훼손은 없다는 점에서 “저가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의견을 냈다. 파운트는 장기 성장성이 돋보이는 테마형 ETF 1~2종을 연내 추가 상장시킬 계획이었다.

1조원 넘어 ‘고객 친화’ 회사로

파운트의 관리 자산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영업보고서 기준 지난해 말 관리 자산은 총 1조3570억원으로, 자문서비스가 1조3136억원, 일임서비스가 434억원이다. 그럼에도 올해 목표는 몸집 키우기가 아니다. 고객 친화적 서비스를 통한 ‘질적 성장’이었다. 성장률 보다 이탈률, 납입 신규 설정보다 납입금 추가에 신경쓰면서,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AI 서비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PB(프라이빗뱅커) 서비스, 수수료 체계 개편 등 조만간 출시 예정인 서비스가 이에 해당했다. 현재 파운트의 수수료는 연 수익금의 15%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1인 최고 금액 5억원 등 고액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수수료 부담을 덜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2분기 대대적인 앱 개편과 맞물려 “커피값 수준 월 수수료” 정도로 구상 중이었다. 둘 다 투자자들에게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위기에서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따.

“투자는 긴 싸움이다. 거치식 보다 적립식, 짧은 투자 기간 보다 긴 투자 기간이 통계적으로 더 나은 수익률을 얻는다. 현재 금융 시장은 전쟁, 인플레이션, 긴축 우려 등으로 극한의 상황일 수 있으나 이 시기 후퇴하지 않고 고객들의 신뢰를 얻겠다.”

김영빈 대표는?

△1983년생 △2009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2011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2012~2014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시니어컨설턴트 △2015년~현재 파운트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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