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업종과 수혜업종에 대한 전망이 완전히 뒤바뀐 현상은 크레딧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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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정유, 유통은 지난 31회 SRE에서 코로나19 충격 업종으로 뽑혔다. 206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던 당시 항공은 무려 174표(84.5%)를 받았고, 구조조정 필요 업종 5위권에도 항공·유통·정유가 모두 포함됐다. 같은 기간 코로나 수혜업종 1위로는 게임·플랫폼(127표· 61.6%)이 뽑혔고 2위 제약·바이오(104표·50.5%), 3위 전기전자(40표·19.4%)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154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32회 SRE에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 1위가 항공(59.1%)이었고 정유와 유통은 각각 5위(13.0%), 6위(11.7%)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채 등급이 적절하지 않은 기업을 꼽는 워스트레이팅에서 늘 단골 손님이었던 대한항공(003490)은 10위권에서 방을 빼기에 이르렀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3조8051억원의 매출액과 295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액은 7.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166.3%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까지 마무리되면 국적기로서의 위치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가 가동하며 여행 수요가 꿈틀댈 전망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오히려 코로나19로 위기감이 크게 부각됐던 분야는 증권, 그 중에서도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통지) 사태 등이었다”면서 “예상과 완전히 빗나갔고 거대 크레딧 이벤트는 없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코로나 수혜업종으로 부각됐던 게임·플랫폼은 최근 홍역을 겪고 있다. 게임의 경우, 중국 시진핑 정부가 게임은 인민의 아편이라 밝힌 후, 판호(서비스 허가) 발급까지 중단하며 난관이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 역시 올 상반기까지 승승장구했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집권여당으로부터 난타를 당했다. 적어도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는 플랫폼의 독점 이슈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인플레이션 등 크레딧 잠재 리스크 여전해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약 180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미국의 긴축 행보와 높아진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상황이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 SRE 자문위원은 “가계부채는 늘어났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되는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갈 때 중국 헝다 사태와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금리가 오르고 다른 규제까지 겹쳐진 상황에서 아파트 가격 역시 상승세를 멈추게 된다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는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20.1%)가 꼽혔다. 각국 중앙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공급망 차질에서 찾고 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막혀있던 소비가 경제 회복과 함께 급증하면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해외 대체투자 등 증권사발 리스크(11.7%), 주요 우량기업 기술진부 부적응 등에 따른 리스크(11.7%), 부동산 PF 익스포저 문제(10.4%), BBB급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6.5%) 등도 크레딧 시장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신중히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