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달여 전 예고했던 정부 주도 상속세 개편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기재부는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상속세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보고서에서 기존 상속세 과세체계를 거의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납부기한을 늦춰주는 연부연납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에는 물론이고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나 자본이득세로 변경하는 방안, 가업상속에 대한 공제한도를 확대하고 사후관리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과중한 상속세가 가업승계를 가로막고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어 경제 활력을 해친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음에 비추어 실망스러운 귀결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일본 한 나라만 제외하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자 3년 전 비상장 중소기업의 주식 상속에 대해 상속세를 전액 면제해주기 시작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38개 OECD 회원국 중 오스트리아 등 7개국에는 상속세가 아예 없고, 스웨덴 등 7개국에서는 상속세 대신 세금 부담이 적은 자본이득세나 추가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상속세가 있는 나머지 24개국 중에서도 독일을 비롯한 20개국은 상속인별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만이 피상속인의 유산 전체에 과세함으로써 누적 중과세가 되는 유산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상속세 개편에서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아버렸으니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오늘 시작될 예정인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부터 여야는 상속세 개편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에는 내년도 예산 심의가 급하니 부분적인 세율 조정이나 가능할까 과세체계의 전면적 개편까지 나아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개편 방안을 내놓고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주자들은 다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논의를 주도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