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살해’ 영상 공유하고 낄낄…‘동물 n번방’ 논란

채팅방에 동물 살해 영상 공유하는 ‘동물 n번방’ 등장
플랫폼 자체 노력에도 영상 공유 원천 차단 한계
동물 학대 솜방망이 처벌…“학대 영상 촬영·제작자 처벌해야”
  • 등록 2021-02-14 오전 12:00:30

    수정 2021-02-14 오전 12:00:30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오픈 채팅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동물 학대 콘텐츠가 잇따라 올라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 길거리를 떠도는 동물을 잡아 학대하는 데서 나아가 잔인하게 살해하는 영상을 찍고 살해 방법을 후기 형식으로 공유하는 이른바 ‘동물 n번방’까지 등장하는 등 동물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일삼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동물 n번방’의 실체를 추적했다.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화면 캡처)


동물 학대·살해 영상 공유…공분 커져

최근 ‘동물 n번방’의 존재가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지난달 한 제보자가 동물자유연대에 고양이 등을 학대하고 죽이는 영상이 공유되는 오픈채팅방 ‘동물 n번방’에 대해 제보했고, 동물자유연대는 이 단체대화방 참여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대화방엔 화살에 맞은 고양이부터 너구리 사체 이미지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동물을 붙잡거나 학대하는 자세한 방법까지 후기 형식으로 공유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동물 n번방’의 실체를 추적해 더 큰 충격을 자아냈다. 동물 학살 모임인 ‘동물 n번방’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살해욕구를 실시간으로 표출할 뿐만 아니라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즐기고 있었다.

잔인한 대화를 나누며 동물 학대를 부추기고 즐겼던 멤버들은 총, 활 등 살해 도구를 공유하기도 했다. 나아가 동물의 특정 사체 부위나 뼈를 수집하는 본 컬렉터까지 등장했다. 단순 학대범이 아닌, 고양이의 복부를 도려내거나 장기를 적출하는 등 방법이 충격적이고 엽기적이게 진화하고 있었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가해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공분이 커졌고, 이 채팅방은 삭제됐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SNS 등에 올리는 등 동물 학대 콘텐츠는 계속 생성되고 있다.

지난 달 한 메신저 오픈채팅방에 고양이, 너구리 등 여러 동물을 학대·살해한 뒤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뉴스1)


“동물 학대 영상 제작자 강력 처벌·제도 개선 필요”

동물 학대 콘텐츠가 공유되며 논란이 되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동물을 학대하거나 사체를 훼손하는 행위가 담긴 사진이나 영상물을 촬영·제작하는 자를 처벌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학대 행위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을 판매·전시·전달·상영하는 경우에만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 의원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대의 방법도 다양화되는 만큼 동물 학대에 대한 개념도 변화해야 한다”며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동물 학대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도 동물 학대 콘텐츠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포함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암암리에 공유되는 영상을 원천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다.

‘동물 n번방’까지 등장하는 등 잔혹한 동물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 강화와 함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국내는 아직 동물을 대상으로 한 범죄 대응 및 처벌 수준이 미흡하다”며 “수사기관의 경우 현장엔 나가지 않고 동물보호법 위반 고발장에 적시된 증거자료만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보호단체가 수사기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없다면 동물 학대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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