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를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적으로만 보관하고 싶었어요. 이 취미에 관심 있는 사람들하고 대화도 하고 싶었고요. 그러다 보니 제 실명과 사진을 걸고 실제 아는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계정보다는 다른 계정을 하나 더 쓰는 게 맘도 편하고 유용하더라고요”
최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안전함, 취미 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 SNS 애플리케이션에서 부계정을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웹인덱스(GlobalWebIndex)의 시장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 중 98% 이상이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 사람당 평균 7.6개의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계정은 본인의 이름이나 사진 등 신상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이용자들은 더욱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스냅타임이 부계정을 사용하는 SNS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관심사에 따라, 용도에 따라 여러 플랫폼에 여러 계정 사용
대학생 강태섭(가명·26) 씨는 아이돌 ‘스트레이키즈’의 팬이다. 그래서 본계정 외에 스트레이키즈의 사진을 보거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계정을 따로 사용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본인의 취미를 알리고 싶지 않거나 사회의 통념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강 씨는 “남성인 제가 남자 아이돌의 팬이라고 하면 남자가 무슨 남자 아이돌을 따라다니느냐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지인들과 함께 사용하는 SNS에 아이돌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해 필요 없는 질문을 받아서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서 맘 편히 취미 생활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여러 계정을 사용하는 것은 SNS 애플리케이션 하나에 국한되지 않았다. 강 씨와 황 씨 모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각각 2개 이상의 계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멀리즘 추구 위해 계정을 늘려야하는 모순적 상황도
SNS 상의 얕고 넓은 인간관계를 지적하며 오히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계정을 만드는 사례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학생 윤아라(가명·23·여) 씨는 최근에 부계정을 하나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부계정을 만든 이유는 관계의 깊이와 관계없이 자신의 생활을 공유하고 온라인상에서만 소통하는 삶에 환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어차피 오프라인에서는 거의 만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제 일상을 공개하고 억지로 웃으며 인사하는 것에 지쳤다”며 “차라리 자주 보고 관계가 깊은 몇 명의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계정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나 더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SNS가 최근 사진이나 동영상 위주로 올라가도 중심이 되는 것은 글이기 때문에 실제 만나서 대화하는 것과 달리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고진우(가명·26) 씨는 “전파성이 높은 SNS 특성상 조금만 말실수를 해도 빠르게 퍼지는 경우가 있어서 친밀한 관계에서 안전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부계를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기, 불법촬영물 유포 등 부작용 역시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부계정을 이용하고 있지만, 부작용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 역시 있었다. SNS상에서 이루어지는 사기 행위나 명예훼손, 가짜뉴스 유포 등의 행위가 가계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정을 통해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피해를 겪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학생 김라미(가명·25·여) 씨는 “익명에 기대어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등 SNS상에서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 불안한데 반드시 적극적으로 처벌해서 이러한 부작용이 사라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불법 촬영물을 촬영하거나 유포할 경우 지난해 12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됨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게다가 미수범도 처벌 받는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