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대림화학 공장 제조동. (사진=권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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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안=권오석 기자] “올해는 고객사들과의 신뢰를 재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초 소재 분야의 전문 회사로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1일 찾은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대림화학 공장. 1976년에 설립돼 전자재료 및 의약품 중간체를 생산하며 연 평균 매출 300억~400억원 상당을 보였던 대림화학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한계에 빠져 결국 지난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미래 먹거리 소재를 찾고 있던
삼화페인트(000390)공업이 그해 매물로 나온 정밀화학업체인 대림화학을 80억원에 인수하면서 케미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화학 기술을 원천으로 생산하는 삼화페인트의 도료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제조동에 설치된 반응기 및 열교환기가 작동 중이다. (사진=권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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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적 특성 극대화 위해 고(高)순도 정제 과정 거쳐 약 1만 2307㎡(3700여평) 규모의 이 공장은 회분식 공정을 진행하는 제조동을 비롯해 저장창고 등 건물 7개동으로 이뤄져 있었다. 먼저 제조동에 들어섰다. 반응기-열교환기-리시브탱크로 이어지는 회분식 공정 설비가 눈에 보였다. 회분식 공정이란 공정을 시작할 때 한번에 모든 원료(기초 무기·유기물)와 용제를 넣고 혼합·반응·후처리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공정을 완료한 후에 생성물을 회수하는 공정이다. 공장 안내를 맡은 이현욱 공장장은 “의약품 중간체나 전자재료 등 소량으로 정밀하게 조작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활용되는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과정 자체는 간단하다. 반응기에 원료를 넣고 배합한 뒤, 다양한 온도범위(-20℃~300℃)에서 반응 진행 및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과정을 통해 짧으면 수 시간, 길면 3~4일 동안 공정 진행을 한다. 이 공장장은 “특히 전자재료는 불순물이 없어야 전기적 특성을 극대화되는 매우 민감한 소재이기 때문에 순도가 높을수록 가치가 높게 책정된다”고 했다. 이에 99.99%에 가까운 순도를 만들기 위해 ‘충전탑’(Packed Column)이 부착된 설비를 사용해 고순도의 정제과정을 진행한다. 탑 꼭대기에 도달한 증기의 일부가 응축해 탑 안으로 흘러 떨어지면 나머지는 유출분으로 얻고, 떨어진 액체가 다시 탑 하부에서 가열돼 증기로 상승하는 증류 과정이 반복되면서 제품 순도를 향상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대림화학은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등에 적용되는 중간 원료를 비롯한 고기능성 전자재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가령 대림화학이 생산하는 ‘폴리카보네이트Z’는 레이저프린터 일부 부품의 표면 코팅에 사용되는 고순도 재료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의약품 중간체는 알약의 캡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간 재료로 사용된다.
| 공장 작업자들이 정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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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중인 대림화학… 고객사 신뢰 회복 먼저”권오성 대림화학 대표는 올해 대림화학의 캐치프레이즈를 ‘리빌딩(Rebuilding) 2019’라고 정하고 회사를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권 대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기존 고객사들과의 신뢰를 재건하는 일이었다.
권 대표는 “고객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주문을 했는데 생산 중단으로 납품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제 대림화학은 자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생산에 매진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 대림화학의 고정 고객사는 20여곳이었으나 인수 직전에는 2~3곳까지 떨어졌다. 권 대표는 예전 고객사만큼을 확보하기 위해 매주 평균 1000~1500㎞(킬로미터)를 움직이며 고객사 미팅을 진행 중이다. 틈틈이 경남 공장에 들러 현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권 대표는 도료 산업이 정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대림화학의 정밀화학 기술이 삼화페인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권 대표는 “3조 5000억원 규모의 국내 도료 시장을 여러 업체들이 나눠먹는 정체된 상황에서, 미래 사업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가지고 갈 수 있는 분야를 연구했다”며 “삼화페인트에서도 예전부터 전자재료 관련 사업을 했었기 때문에 정밀화학 사업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삼화페인트에도 전자재료 개발팀이 따로 있다.
정밀화학분야가 화장품·제약·도료 등 여러 분야의 기초 소재를 다루는 산업인 만큼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업계 추산하는 국내 정밀화학분야 시장 규모는 56조원 정도다. 권 대표는 “올해엔 고객사들과의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정상화에 힘 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의약 바이오·전자 재료 등 기초 소재 분야의 전문 기업으로서 대림화학을 선두 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권 대표는 1996년 삼화페인트에 입사해 경영기획팀장, 해외영업팀장, 연구지원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대림화학 대표로 취임했다.
| 권오성 대표가 종로구 대림화학 서울 사무실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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